속보

단독

"日 잃어버린 30년, 남의 일 아니다" 선심성 공약 남발에 경제학계 '경고'

입력
2022.02.10 19:30
구독

민간·정부 부채 수준은 GDP 대비 254%
"부채 임계치 넘어선 것으로 추정"
국책연구원도 재정 악화로 금융 불안 초래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나라 곳간을 고려하지 않은 대선후보들의 포퓰리즘 공약으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급속히 나빠질 수 있다고 경제학계가 경고했다.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금융권 연쇄부도 위험이 확대되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경제위기 전문가로 꼽히는 김인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10일 사전 공개한 ‘2022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기조연설문에서 “치열해지는 대선 정국에서 정치권이 재정 제약이 없는 것처럼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며 “한쪽이 선심성 정책을 들고 나오면 다른 한쪽은 더 큰 선심성 정책을 내거는 포퓰리즘 정책은 커다란 장기 부작용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과 한국경제학회 회장,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을 지낸 김 교수는 이날부터 열리는 공동학술대회에서 ‘한국 경제, 위기인가 기회인가’란 주제로 11일 기조연설에 나선다.

김 교수는 우선 △재원·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손실보상 △선별과 보편 동시 재난지원금 지급 △기업 간 이익 공유제 등을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공약 실천에 비용이 얼마나 들지, 경제에 어떤 충격을 줄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며 "국민적 합의 없는 포퓰리즘 정책이 현실화하면 우리 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경제학자들도 급격히 늘 수밖에 없는 국가채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함준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와 통화·금융 부문의 정책과제’ 발표를 통해 “국내 민간·정부 부채 수준은 최근 국내총생산(GDP) 대비 254%까지 확대됐다”며 “이미 과다 부채 임계치를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부 부채도 빠르게 늘어 선제적 관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채무가 급증하면 국가신용도가 추락하고 해외자본이 빠져나가면서 경제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 특히 국내 은행이 국고채 총 잔액의 약 40%를 보유(2020년 기준)하고 있는 만큼 재정건전성 악화로 국채가치가 하락할 경우 금융 충격으로 전이될 수 있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이날 발표한 ‘재정건전성이 금융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가 은행의 연쇄부도 위험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여야 대선후보들은 나랏빚을 내서라도 14조 원으로 편성된 신년 추가경정예산안(추경) 규모를 최소 35조 원 이상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염명배 충남대 명예교수는 “추경의 경제성장 효과가 2019년 1조9,000억 원, 2020년 9조6,000억 원으로 추산됐는데, 두 해 모두 추경 효과가 적자국채 발행액에 못 미쳤다”며 “재정중독 기조가 계속될 경우 금리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면서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빚의 복수’ 현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