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방향·지침 모두 이랬다 저랬다… 오미크론에 헤매는 K방역

입력
2022.02.10 19: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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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전화상담 4시간 만에 유료→무료
병원 “BCP 지키기 어려워 자체 계획 따라”
오미크론 늦게 왔는데… 설익은 대응준비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을 훌쩍 넘긴 10일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을 훌쩍 넘긴 10일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0시 기준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5만4,122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1만 명대에 올라선 뒤 보름 만에 5만 명 선을 넘었다. 매주 곱절씩 뛴다. 오미크론 변이의 강한 전파력과 설 연휴 대면접촉 증가 영향이 폭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루 확진자 예상 수치도 치솟았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다음 달 초 하루 최대 36만 명' 전망까지 내놨다.

이런 와중에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야 할 방역당국이 되레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달 전부터 오미크론에 잘 대응하겠다고 했으나, 전망도 방향도 지침도 오락가락이다. 행정 실무진과 의료진마저 헷갈리니, 국민들은 더 헷갈린다.

집중관리군 기준, 재택 전화상담비용도 ... 모두 뒤바뀐다

오미크론 대응 치료체계로 전환을 몇 시간 앞둔 지난 9일 밤 11시, 보건복지부는 갑작스럽게 재택치료 집중관리군 대상자 기준을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변경된 기준은 △60세 이상 △먹는 치료제 투약 대상자다. 바로 전날인 8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60세 이상 △먹는 치료제를 처방받은 사람이라고 내려 보낸 기준을 하루 만에 바꿨다.

지난 7일 정부가 ‘오미크론 유행 대응 의료체계 대응방안’을 발표할 땐 집중관리군이 ‘먹는 치료제 처방 대상자’라고 했다. 먹는 치료제 처방 대상은 60세 이상과 50대 기저질환자(심혈관질환·당뇨병·만성신장질환·만성폐질환·암·과체중 환자, 면역저하자)다. 7일엔 ‘처방 대상자’였던 기준이 8일 지자체에 전달될 땐 ‘처방받은 자’로 변경됐다가 9일엔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간 것이다. 사흘간 매일 기준이 달라진 셈이니, 당장 이날부터 환자를 분류해야 하는 지자체로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셀프 재택치료 첫날인 10일 대전 유성구청 관계자가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재택치료자 집을 방문하고 있다. 대전=뉴스1

코로나19 셀프 재택치료 첫날인 10일 대전 유성구청 관계자가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재택치료자 집을 방문하고 있다. 대전=뉴스1

최종균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재택치료반장은 이날 “기준이 두 번이나 변경된 데 대해 사과드린다”며 “50대 기저질환자를 폭넓게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수정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집중관리군에서 제외될 뻔했던 고혈압, 당뇨병 환자들은 다시 포함돼 재택치료 중 관리의료기관의 모니터링(건강 상태를 묻는 전화)을 받게 됐다.

혼선은 이날 일반관리군의 동네 병·의원 전화상담 비용을 놓고도 또 빚어졌다. 중수본은 오전 “일반관리군의 전화상담은 하루 1회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2회째부터는 돈을 내야 하고, 비용은 병원마다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랬다가 불과 약 4시간 뒤 “하루 2회 이상 상담을 받을 순 있으나,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킬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추가 전화상담 비용이 오전엔 유료였다 오후엔 무료가 된 것이다.

한쪽에선 '비상대응', 다른 쪽에선 '일상회복'

이뿐만이 아니다. 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만들어 배포한 ‘의료기관 비상업무계획(BCP) 지침’에는 확진자 5만 명 이상이면 △외래를 비대면 진료로 전환하고 △확진 의료인 근무를 허용하고 △확진자를 음압 아닌 일반 병동에 입원시키게 돼 있다.

그러나 정작 확진 5만 명이 코앞에 닥치자 중수본은 “5만 명이 넘는다고 반드시 적용하는 건 아니며, 병원이 상황에 맞춰 운영할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서울 시내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그대로 지키기도 어려운 지침이라, 그냥 자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장에선 지침이 되레 혼란을 부채질한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10일 오후 경기 성남시청 재난안전상황실 모니터에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표시돼 있다. 성남=뉴시스

10일 오후 경기 성남시청 재난안전상황실 모니터에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표시돼 있다. 성남=뉴시스

오미크론 대응 방향과 전망에 대해서도 정부 내 손발이 안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미크론 폭증세가 시작되던 지난 4일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확진자가 증가해도 의료체계 여력이 충분하다면 일상회복을 다시 시도하겠다”는 낙관적 전망부터 내놨다. 하지만 사흘 뒤인 7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19는) 전파력, 치명률이 높기 때문에 계절 독감처럼 관리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확진자 전망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5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확진자 10만~20만 명은 비관적인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렇게까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지난 7일 정 청장은 “이달 말 13만~17만 명”이라는 전혀 다른 예상치를 언급했다. 오미크론이 독감처럼 금세 지나가려나 싶었던 국민들은 당황스럽다.

“안심 신호 일관되게 보내야”

전문가들은 검사, 치료 등 코로나 대응 체계 전반이 뒤바뀌는 혼돈의 시기인 만큼 정부의 세심한 준비와 메시지의 일관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한국은 오미크론 유입이 해외에 비해 늦었기 때문에 준비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게 이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갑작스럽게 개인에게 맡기는 부분이 많아진 상황에선 그래도 국가가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거란 신호를 일관되게 보내야 하는데, 그런 신호가 희미해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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