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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먼저 걸려 다행" 저소득·1인 가구, 셀프 재택치료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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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먼저 걸린 게 다행이죠."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아내, 7세 손녀와 함께 사는 정모(79)씨는 지난달 17일 손녀의 코로나19 확진 통보를 받았다. 어린 손녀를 생활치료센터에 혼자 보낼 수 없어 방 두 칸짜리 아파트에서 세 가족이 열흘간 자가격리를 했다. 정씨가 '먼저 걸린 게 다행'이라고 한 이유는 정부의 재택치료 방침이 바뀐 10일 이후 이런 일을 겪었다면 부담이 훨씬 컸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10일부터 재택치료 일반관리군으로 분류된 환자는 방역당국의 모니터링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들에겐 재택치료키트와 생필품이 제공되지 않고, 몸에 이상을 느끼면 동네 병·의원에 전화해 상담과 처방을 받고 약을 전달받아야 한다. 저소득층과 1인가구의 어려움이 특히 가중될 수밖에 없는 체제인 셈이다.
저소득 환자라면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 재택치료키트에 포함된 산소포화도 측정기(의료용 5만~10만 원), 자가검사키트(2회분 3만 원), 해열제(1만~2만 원), 체온계(1만 원), 세척용 소독제(1만 원) 등을 시중에서 사면 적어도 10만 원 이상 들어간다. 올해 기초수급자 생계급여가 58만3,444원(1인 기준)이니 상당한 부담이다. 국민연금 등 월 80만 원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정씨는 "손녀가 (코로나에) 걸렸는데 정부에서 상비품을 주지 않으면 자비로라도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재택치료 체제에선 지자체가 일정 부분 맡았던 환자 수발을 가족(동거인)이 책임져야 한다. 당국도 확진자의 동거인이 3차까지 백신 접종을 마쳤다면 자가격리 대상에서 제외해 환자에게 생활필수품, 의약품 등을 조달해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뒤집어 보면 주변 도움을 받기 어려운 1인가구 환자는 비상상황을 포함한 병세 관리를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가장 쉽지 않아 보이는 일은 의약품 조달이다. 생필품과 달리 의약품은 인터넷 구매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동거인이 없는 확진자에 한해 비대면 진료로 처방받은 약을 보건소나 약국을 통해 자택으로 배송하겠다며 8일 대한약사회와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보건소가 전담하던 약 배달을 일선 약국과 분담해 보다 원활히 진행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장에선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한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10일 한국일보에 "공문을 오늘 오후에 전달받아 아직 결정된 게 전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지역별로 보건소와 지역 약사회가 협의해서 업무 인수인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소도 여의치 않다. 수도권의 한 보건소 직원은 "주말마다 직원 2명이 100여 곳에 약 배달을 하고 있다"며 "평일에는 용역 계약을 한 업체가 배달하고 있지만, 그럴 만한 재정 여력이 안 되는 지역 보건소라면 정말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새 재택치료 방침에 쪽방촌, 고시원 등 감염 취약 거주자를 위한 대책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은 한 평 남짓한 공간에 살면서 화장실, 샤워실 등을 공동 사용하고 재택치료나 자가격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이들을 재택치료 제외 대상으로 지정해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도록 했다. 그러나 확진자가 방치되는 일이 여러 차례 발생해 시민단체가 보완 지침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노숙인 확진자뿐만 아니라 (화장실 등) 필수 생활 공간을 공유하는 이들이 감안돼야 하는데, 이번 지침에도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패싱'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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