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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도 바흐도 아니다, 베이징올림픽서 중국이 작심하고 띄운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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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국가들은 ‘외교적 보이콧’으로 베이징올림픽을 외면했다. 이에 중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처럼 개회식에 참석한 몇 안 되는 정상급 인사들을 띄우기 바빴다. 하지만 중국이 찬사를 보낸 인사는 따로 있었다. 2만㎞ 떨어진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개회식 다음 날인 5일 마오쩌둥 기념관을 참배했다. 중국의 국부(國父)를 기리는 곳에 외국 정상이 관료들을 이끌고 직접 찾는 성의를 보였다. 사비노 바카 나르바하 주중 대사는 “마오 전 주석은 아르헨티나와 전 세계 국가들에 매우 중요한 지도자”라고 중국을 치켜세우며 과거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 시절 정상 간 여러 차례 서신을 주고받은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또 “양국 지도자는 통치 철학이 일맥상통한다”고도 했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 공산당을 비난하는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에 아랑곳없이 아르헨티나는 신중국의 역사를 칭송하며 나 홀로 경의를 표한 셈이다. 양국은 이달 19일 수교 50주년을 맞는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취임 후 중국을 처음 찾았다. 이를 계기로 ‘축구 학교’를 공동 설립해 운영할 방침이다. 나르바하 대사는 “아르헨티나의 코칭 스태프와 기술진이 중국에서 청소년 축구 실력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훈련방식의 근본적인 개혁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시진핑 주석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인 축구는 중국의 오랜 숙원이다. 하지만 2030년 아시아, 2050년 세계를 재패한다는 ‘축구 굴기(崛起ㆍ우뚝 섬)’의 원대한 포부는 한낱 꿈에 그치고 있다. 1일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베트남에마저 참패하면서 중국 내 불만이 극에 달했다. 여론을 달랠 극적인 변화가 필요한 순간에 축구 최강국 아르헨티나가 해결사로 나선 것이다. 중국청년망은 “중국 축구의 기본부터 바꿔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시 주석과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6일 정상회담에서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는 중남미에서 시 주석 역점사업인 일대일로의 새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을 견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다. 글로벌타임스는 아르헨티나가 올해 중남미ㆍ카리브해국가공동체(CELAC) 의장국인 점을 거론하며 “아직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않은 주변 국가들에 큰 영향을 미치고 중국과 중남미의 협력을 심화할 엄청난 기회”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그 대가로 아르헨티나에 선물 보따리를 안겼다. 녹색ㆍ디지털 경제, 항공, 우주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230억 달러(약 27조5,3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성과를 위해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아르헨티나에 부쩍 공을 들였다. 46편의 화물 전세기를 띄워 1,500톤의 물자를 지원했다. 코로나 백신은 3,500만 회분을 보냈다. 중국은 아르헨티나 제2의 교역상대국으로 올라섰다.
양국 정상은 회담 후 발표한 ‘전면전략동반자관계 심화를 위한 공동성명’에서 쓰촨성 청두에 아르헨티나 총영사관을 설립하기로 했다. 아르헨티나의 제안에 중국이 흔쾌히 수용하는 방식으로 합의했다. 총영사관은 쓰촨·구이저우·산시·윈난성과 충칭시를 관할한다.
청두는 중국이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한 곳이다. 2020년 7월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자 사흘 만에 맞대응으로 같은 조치를 취했다. 이후 청두는 미중 갈등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여기에 아르헨티나가 총영사관을 개설하며 틈새를 파고든 것이다. 중국 또한 아르헨티나를 끌어들여 미국을 향해 압박 메시지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공동성명은 “쌍방은 주권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 상호 확고히 지지할 것을 재확인한다”며 “아르헨티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중국은 포클랜드 제도에 대한 아르헨티나의 완전한 주권행사 요구를 지지한다”고 명시했다. 아르헨티나는 1982년 포클랜드 영유권을 놓고 영국과 전쟁을 벌였지만 패했다.
중국이 아르헨티나를 통해 대만에 대한 영향력을 거듭 확인한 대신, 아르헨티나의 아픈 부분을 건드리며 공감대를 넓힌 것이다. 특히 영국은 중국과 관계가 험악하다. 미국, 호주와 지난해 앵글로색슨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만들면서 중국과 사이가 더 멀어졌다. 이에 아르헨티나를 고리로 눈엣가시 영국을 우회적으로 겨눈 셈이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포클랜드는 영국의 일부”라며 “중국은 영국의 주권을 존중하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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