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金 이끈 '피겨요정' 발리예바 도핑 의혹… 시상식도 연기

입력
2022.02.10 09:44
수정
2022.02.1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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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심증 치료제 트리메타지딘 성분 나온 듯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팀 이벤트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팀 이벤트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 중인 러시아 여자 피겨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15)가 도핑 의혹에 휩싸였다. 사흘 전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서 한 차례 넘어졌음에도 2위와 30점 차를 벌리며 압도적 기량을 자랑, 러시아에 금메달을 안겼던 인물이다. 유력한 우승 후보인 ‘피겨 요정’의 금지 약물 소식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파장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현지매체를 인용, 발리예바가 금지 약물인 트리메타지딘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트리메타지탄은 협심증 치료제이지만 흥분제로도 이용될 수 있어 2014년부터 세계반도핑기구 금지약물에 올랐다.

올 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발리예바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세계기록 경신 행진을 펼친 세계 최고의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선수다. 남자 선수들도 하기 어려운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자유자재로 수행하고, 비점프 과제도 최고 난도로 완벽하게 처리한다. 이번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강력한 우승 후보인데, 최근 열린 단체전에선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러시아는 이전에 드러난 국가 차원의 조직적 도핑 스캔들로 러시아라는 국가명 대신 ROC라는 이름으로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다.

아직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 선수들의 금메달 시상식이 연기된 점은 의혹에 불을 붙였다. ROC는 지난 7일 발리예바의 활약으로 피겨 스케이팅 단체전에서 미국, 일본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8일 오전 금메달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돌연 시상식이 미뤄지면서 궁금증을 자아냈다. 마크 애덤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대변인은 “국제빙상연맹(ISU)과 법적으로 논의 중인 돌발 사안”이라며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올림픽 관련 소식을 전하는 영국 온라인매체 인사이드더게임즈는 “발리예바는 도핑금지 규정 위반 당시 만 16세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반도핑규약에 따라 (정보공개에 관한) 보호대상자가 된다”며 “이에 (IOC가) 관련 공개를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ROC는 발리예바가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보도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러시아 스포츠 전문지 ‘스포르트 엑스프레스’는 “반도핑 규정 위반 의혹을 받는 발리예바 사건에 대한 결정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면서 그가 트리메타지딘 양성 테스트 사건과 관련해 면책 판정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IOC는 이날 오후 1시 이 문제에 대한 성명을 발표한다.

만일 도핑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발리예바는 물론, 러시아 측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ROC는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금메달을 박탈당하게 된다. 오는 15일과 17일 여자 싱글 개인전에서 두 번째 금메달 사냥에 나서려던 발리예바의 계획에도 빨간 불이 들어오게 됐다. 앞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여자 봅슬레이 선수 나데즈다 세르게예바가 소량의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는 이유로 실격처리 됐다. 중국 수영 선수 쑨양 역시 2014년 5월 중국선수권대회 기간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트리메타지딘에 양성반응을 보여 중국반도핑기구로부터 3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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