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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라 뛴 경주마가 번 상금, 3%라도 말을 위해 쓰는 게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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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 후 나 몰라라 관리되고 있는 경주마를 보호하기 위해 말들이 벌어들인 상금 3%를 퇴역 경주마 관리에 쓰자는 주장이 나왔다. 또 퇴역 경주마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만큼 말 이력제를 의무화하고, 말 복지 관련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주마 전 생애 복지체계 구축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는 퇴역 경주마 복지 향상을 위한 구체적 방안들이 논의됐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국회의원실과 동물자유연대,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제주동물권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미국에서 영상을 통해 발제에 나선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의 필립 샤인 정책부서 수석 연구이사는 "페타가 2019년 제주도 내 경주마 실태를 폭로하면서 세계적으로 한국 경마산업은 K-동물학대(크루얼티)로 알려져 있다"며 "말의 지나친 번식과 수입으로 '잉여' 말들이 발생하면서 번식과 도축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마사회의 현재 퇴역마 관리 프로그램은 실질적으로 도축을 줄이는데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말들이 벌어들인 상금의 3%(약 50억 원)를 퇴역마 관리 프로그램 지원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 빅토리아경마협회와 홍콩기수클럽, 미국의 서러브레드 사후관리연맹이 상금의 일부를 투자하는 등의 방식으로 퇴역 경주마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도 해외 모범 사례들을 보완해 퇴역 경주마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박창길 생명학대방지포럼 대표는 지지 의사를 보냈다. 조 대표는 "동물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한다면 그 수익을 동물에게 돌려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며 “마사회, 마주 등 말이 번 이익을 가져가는 관계자들이 실행해야 하는 의무로, 즉각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도 "상금 3%를 퇴역마 관리 프로그램에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지한다"며 "말의 복지를 위해서는 기금 마련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정현 전 대한재활승마학회 이사는 "2010년 이후 은퇴한 경주마는 1만7,298두에 달한다"며 "이 중 한국마사회 승용조련 프로그램 인증을 받은 말은 14두로, 전체 퇴역마 중 0.08%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주 성적과 관계없이 은퇴 후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기쁨'과 '승리' 사례를 소개하면서 국내 퇴역 경주마 복지시스템의 부재를 지적했다.
김 이사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퇴역 경주마의 수와 새로운 삶을 얻는 말의 수를 일치시키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미국과 홍콩 역시 퇴역 경주마의 보호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김 이사는 "지속가능한 경마산업을 위해서라도 경주마 처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이미 보호시스템을 구축한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한 한국형 복지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발제에 이어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한 토론회가 이어졌다. 김란영 제주동물권연구소장은 "한 해 약 1,500마리의 경주마가 퇴역하고 있는데 이는 마주의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어 실제 어떻게 활용되는지는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말의 고장으로 알려진 제주는 사실 죽음의 고장"이라며 "하루속히 '말 이력제'를 의무화하고 모든 경주마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창길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대표는 "반려동물, 농장동물, 전시동물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법령이 마련되어 있는 반면 경주마의 복지를 위한 규정은 부재하다"면서 "말을 보호해줄 법 규정 마련의 법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김진갑 한국마사회 말보건원 부장은 "2014년부터 '말보건복지위원회'를 구성하고 말 복지 증진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앞으로 실질적 복지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체계적인 복지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선 마사회뿐 아니라 정부와 유관기관의 협력, 입법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마사회가 경주마 복지를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대신 로드맵 제시에 그친 것이 실망스럽다"며 "경주마 복지 체계 수립의 고충을 토로하기에 앞서 담당 기관으로서 주도적으로 복지 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정삼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과장은 우선 출생부터 사망까지 개체 단위로 이력이 관리되는 ‘소 이력제’를 참고해 말 이력관리 제도 의무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복지기금 마련에 대해 "상금은 마주, 마필관리사 등 민간이 가져가는 부분"이라며 "복지기금을 어디에서 가져올지 등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이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말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며 "계획 수립 시 이날 토론회에 거론된 경주마 전 생애 복지 체계 구축을 위한 내용 등을 포함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마사회가 말 복지 증진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경주마에 대한 복지가 실제로 향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말 복지 향상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와 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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