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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학대' KBS서 '말 걸음 제동 장치' 사용 못 한다

입력
2022.02.09 19:27
수정
2022.02.0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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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출연 조항 신설
9일 방송 제작 새 가이드라인 발표
'동물 이동 시 안전 조치' 빠져 지적도

KBS 사극 '태종 이방원' 촬영 때 말의 발목에 줄을 묶고 강제로 넘어뜨린 것으로 추정되는 촬영 현장 장면. 동물자유연대 제공

KBS 사극 '태종 이방원' 촬영 때 말의 발목에 줄을 묶고 강제로 넘어뜨린 것으로 추정되는 촬영 현장 장면. 동물자유연대 제공

KBS에선 앞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때 말의 걸음걸이에 이상을 주는 어떤 장치나 약을 사용할 수 없다. 독이 있는 뱀으로 촬영하더라도 뱀의 입을 봉합하거나 송곳니를 자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KBS가 이런 동물 출연 조항이 새로 담긴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9일 발표했다. 사극 '태종 이방원' 촬영 때 달리던 말을 강제로 쓰러뜨리고 그 말이 지난 달 갑자기 죽으면서 동물 학대 논란을 빚은 데 따른 조치다.

새 가이드라인엔 집고양이, 개, 조류, 어류, 말과 축산 동물, 파충류, 양서류, 곤충과 거미류, 영장류, 야생동물 등 10개 종에 대한 촬영 주의사항이 마련됐다. 동물이 신체적으로 위험에 처하거나 정서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연기 장면을 연출할 경우, 최대한 컴퓨터 그래픽(CG) 작업을 통해 제작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촬영을 위해 살아 있는 동물에 인위적으로 상해를 입히거나 산 채로 먹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을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동물 관리 규정도 마련됐다.

제작진은 촬영 전 동물 촬영을 총괄하는 책임자를 지정해 동물의 상태와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촬영 때는 동물 책임자를 현장에 상주시켜야 하며, 위험이 예상되는 촬영 때는 반드시 수의사가 있어야 한다. 촬영 이후엔 책임자가 동물 상태와 복귀 장소 등을 책임PD에 보고해야 한다.

'동물 배우'에 가해진 폭력적 촬영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 온 고질적 문제였다. 동물권 행동 단체인 카라의 '2020 동물 촬영 미디어 실태 분석'에 따르면 일부 제작진은 촬영 중 말을 멈추려 전기 충격기를 사용하고, 새가 멀리 날아가지 못하도록 다리를 부러뜨린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의 부상을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상처를 내고, 토끼가 촬영 중 죽는 일도 벌어졌다. 동물은 여전히 소품 취급을 받는 것이다.

KBS는 "정부 및 관련 동물보호 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영상산업 전반에서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동물을 안전하게 촬영하는 제작환경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가이드라인엔 '동물 이동 시 안전조치' 등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날 "가축 전염병 예방을 위한 조치 등의 내용이 생략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동물 학대 논란 후 지난달 22일부터 결방 중인 '태종 이방원'은 26일부터 방송을 재개한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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