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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복수하라" vs "이재명, 저지하라"... 보복 수사 논쟁 불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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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9일 요란하게 충돌했다. 윤 후보가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를 당연히 한다"는 발언으로 폭약을 터뜨렸다. 청와대는 침묵을 깨고 "부적절하고 불쾌하다"며 윤 후보를 직격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참전했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종일 교전을 벌였다.
윤 후보의 발언이 논쟁적인 건 '보복성 수사'를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를 적폐 수사로 결딴을 냈으니, 이번엔 문재인 정부 차례"라는 게 보수 유권자들의 염원이다. 진보 유권자들에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의 손에 스러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트라우마가 있다.
이에 윤 후보의 한마디는 "윤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복수하자"는 보수 진영과 "이 후보를 당선시켜 복수를 저지하자"는 진보 진영 모두를 흥분시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 언론에 보도된 윤 후보의 말은 매우 부적절하다. 아무리 선거 정국이지만, 서로 지켜야 할 선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입장은 내부 회의를 거쳐 정리된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가 문제 삼은 건 윤 후보의 중앙일보 인터뷰 중 현 정권 수사를 언급한 대목이다. 윤 후보는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처럼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엔 "대통령이 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에 따라 하는 것"이라면서도 “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기에 청와대가 야당 대선후보를 공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윤 후보의 발언을 그만큼 '악성'으로 봤다는 뜻이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정치 보복을 사실상 대선 공약으로 내건 게 아니냐"라고 분개했다.
윤 후보는 현 정권의 파격 인사로 검찰총장에 올랐다 문 대통령에게 끝내 등을 돌리는 과정에서 여권 인사들에게 매서운 견제를 받았다. 윤 후보가 집권하면 '아픈 복수'를 할 거라는 게 민주당이 품은 의심이다. 윤 후보는 지난 4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정치 보복 수사' 논란에 대해 "죄지은 민주당 사람들 생각"이라고 했을 뿐 "보복은 없다"고 확언하지 않았다.
청와대의 날 선 대응에도 윤 후보는 자신의 발언을 수습하려 애쓰지 않았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내(문재인 정부)가 한 것은 정당한 적폐 청산이고, 남이 하는 건 보복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스스로 생각해서 (적폐라고) 문제 될 게 없다면 불쾌할 일이 아니다”라며 적폐 청산 수사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의 도발적 언사가 불리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우선 윤 후보가 문 대통령에게 1대 1로 맞서는 모양새가 되면서 정치적 무게감이 커졌다. 이재명 후보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작아졌다. 무엇보다 '정권을 탈환해 문재인 정부를 심판할 미래 권력'이라는 이미지를 중도·보수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켰다는 게 국민의힘 판단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의 지지율이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강골 검사 윤석열’ 이미지가 복원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했다. 이에 윤 후보가 정권 심판 여론을 자극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시각도 있다. 원일희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은 논평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의 반응은) 저지른 수많은 범죄에 대한 ‘도둑 제 발 저림 현상'"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표정이 어둡지 않다.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정치 보복' 등 악습에 염증을 느끼는 중도층의 지지를 넓힐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이 후보에겐 마음을 주지 않는 유권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일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민주당은 긴급 메시지, 논평, 의원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 등을 총동원해 대응했다.
이재명 후보는 페이스북에 “부끄러움도 없이 사적 복수의 야욕을 드러내는 세력에게 국가를 맡길 수는 없다”고 윤 후보를 비판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SNS에 “윤 후보가 정치 보복을 입에 담아버린 이상, 이번 대선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참담한 일을 막아야 하는 대선이 됐다”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을 지킬 사람 이재명”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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