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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여성·합리적 보수·친문비이... 이재명, '살라미 전술'로 부동층 공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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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모두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다. 둘 다 대세론을 자신할 수 없는 처지라 사활을 거는 전략이 있다. ‘부동층 표심잡기’다. 그런데 전술은 판이하다. 윤 후보가 부동층 전반에 퍼져 있는 ‘정권심판’ 정서를 건드리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이 후보는 이들을 △2030세대 여성 △합리적 보수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층 등으로 나눠 각각에 소구하는 각개 공략에 공들이고 있다. 이른바 부동층 ‘살라미 전술(하나의 과제를 세분화해 해결하는 방식)’이다.
윤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 등 언뜻 ‘반(反)페미니즘’으로 비칠 정도로 이남자(20대 남성)에 구애하는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그렇다고 이 후보가 2030세대 여성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도 아니다. 오마이뉴스ㆍ리얼미터가 2~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8~29세 여성 중 이 후보 지지 비율은 29.1%로 윤 후보 지지율(29.3%)과 오차범위 내 박빙이었다. 외려 30대 여성에서는 윤 후보 지지율(43.5%)이 이 후보(24.5%)보다 19%포인트나 높았다. 당연히 윤 후보의 2030세대 남성 지지율 역시 이 후보보다 높다. “청년층에서 게도 구럭도 잃어버린” 것이 이 후보가 처한 현실이다.
이 후보의 해법은 청년 여성 아우르기다. 윤 후보의 ‘성별 갈라치기’에 맞서는 대안이다. 그는 9일 ‘n번방’ 사건을 세상에 알린 ‘추적단 불꽃’과 만나 여성들이 중히 여기는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약속했다. “인권 살인으로 규정해도 된다”며 한껏 무게를 실었다. 앞서 7일에는 “성차별을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기엔 성평등 수준이 낮고 구조화된 성차별이 심각하다”고 했다.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더 이상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발언한 윤 후보의 견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 후보 측은 중도보수 내지 합리적 보수층 상당수도 아직 마음을 줄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이들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시위에서 ‘중도+진보 유권자 연합’으로 뭉쳤지만, 현 정부의 잇단 실책으로 민주당에 등을 돌린 케이스다. 한겨레ㆍ케이스탯리서치의 3, 4일 여론조사에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 투표했다고 답한 유권자 중 현재 이 후보 지지자가 53.1%에 머문 것이 단적인 예다.
이 후보가 최근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이상돈 중앙대 교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중도보수 원로 인사들과 자주 만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상호 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합리적 보수층은 김 전 위원장 등 합리적 보수의 지도자급 인사를 만나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열성 문 대통령 지지세력이나 이 후보에게는 갸우뚱하는 유권자, 즉 ‘친문비이(親文非李)’층도 반드시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할 대상이다. 한겨레ㆍ케이스탯리서치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평가한 응답자는 42.8%, 이 후보 지지율은 32.6%였다. 긍정평가자 중 이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도 89.3%에 머물렀다. 지지층 결집에 실패했다는 뜻이지만, 달리 보면 박스권 탈출의 여력도 충분한 셈이다.
이 후보는 8일 대선후보 경선에서 친문 일각의 지지를 받았던 이낙연 전 대표를 선거대책위의 ‘원톱’인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6일에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 묘소를 찾아 눈물을 흘렸다. 어떻게든 식어버린 친문비이 마음의 온도를 높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각 여론조사 기관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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