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묘기 부리다 금메달 놓친 자코벨리스, 마침내 한 풀었다

입력
2022.02.09 17:35

린지 자코벨리스가 9일 중국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파크에서 열린 스노보드 여자 크로스 결선에서 1위로 골인한 뒤 환호하고 있다. 장자커우=로이터 연합뉴스

린지 자코벨리스가 9일 중국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파크에서 열린 스노보드 여자 크로스 결선에서 1위로 골인한 뒤 환호하고 있다. 장자커우=로이터 연합뉴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는 '역대급 황당한' 장면이 나왔다. 동계올림픽 첫 정식종목이 된 스노보드 여자 크로스 결선에서 당시 21세였던 린지 자코벨리스(미국)가 불필요한 묘기를 부리다 다 잡았던 금메달을 놓친 것이다.

2005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등 당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자코벨리스는 4명이 나선 결선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2위 타나 프리덴(스위스)과 20~30m 이상 거리를 유지하며 사실상 독주하고 있었다. 금메달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대로 결승선만 통과하면 이 종목 초대 챔피언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자코벨리스가 결승선을 코앞에 둔 마지막 점프에서 보드를 손으로 잡는 동작을 펼치다 넘어지고 말았다. 스노보드 크로스는 기술 동작을 겨루는 종목이 아닌, 안전하고 빠르게 들어오는 속도 종목이기에 전혀 불필요한 묘기 동작이었다. 결국 금메달은 2위로 달리던 프리덴이 차지했고 자코벨리스는 2위로 밀려났다.

이후 올림픽의 저주가 시작됐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무려 5개의 금메달을 딴 자코벨리스였지만 올림픽에선 한번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5위, 2014 소치 대회에서 7위에 그쳤고 2018 평창에서도 4위로 아깝게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자코벨리스는 그러나 만 37세에 다시 도전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코벨리스는 9일 중국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파크에서 열린 스노보드 여자 크로스 결선에서 클로이 트레스푸흐(프랑스), 메레타 오딘(캐나다) 등 쟁쟁한 우승 후보를 꺾고 1위로 골인하며 16년 만의 한을 풀었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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