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사과하고 의원들 입조심"... 이낙연의 '빨간펜 본색'

입력
2022.02.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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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원톱 선대위원장'이 된 첫날인 9일 곧바로 '빨간펜'을 들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배우자 김혜경씨가 과잉 의전·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사과하게 했고, 당에 '실언 금지령'도 내렸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 후보와 경쟁했던 이 위원장은 이 후보의 '삼고초려' 끝에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이 때문에 실권을 쥐고 '이낙연의 색깔'을 거침없이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특유의 '쓴소리'와 '강한 그립'으로 이 후보의 대선 전략을 전면 수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왼쪽) 대선후보와 이낙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왼쪽) 대선후보와 이낙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혜경엔 "사과해야" 민주당엔 "언동 주의"

이 위원장은 9일 오전부터 '본론'을 말했다. 김혜경씨 논란에 대해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후 약 7시간 만에 김씨는 "죄송하다"고 육성으로 대국민사과를 했다. 의혹이 제기된 지 12일 만이었다.

선대위에도 회초리를 들었다. 이 위원장은 "선거는 국민의 신임을 얻기 위한 예민한 경쟁"이라며 "국민의 신임을 얻지 못할 언동이 나오지 않도록 극도로 자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를 감싸는 과정에서 "나도 아플 때 비서가 약을 사다 준다"(송영길 당대표) "(의혹 제보자에게) 정치적인 목적도 있어 보인다"(현근택 대변인) 등 일부 인사가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을 한 것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날 오후 비공개 선대위 본부별 현황보고에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자제령을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의 그간 과오를 언급하며 "겸허하게 사죄하겠다"고 했다. 반성하는 것으로부터 선거 전략을 다시 쓰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또 "하드웨어(조직 구성 등)를 바꾸기에는 시간이 촉박하지만, 소프트웨어라면 변화가 쉽지 않겠나"라며 '대대적 분위기 쇄신'을 예고했다.

"소프트웨어 변화" 예고한 이낙연... '강한 그립' 쥘 듯

이 위원장이 '악역'을 하기로 한 건 이 후보와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합류를 논의할 때 '이낙연의 어법과 색깔로 이 후보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분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결이 다른 말을 해도 좋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했다. 선대위 한 의원은 "형식적인 역할을 하는 데 그칠 것이라면, 이 위원장이 제안을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대위는 '이낙연 체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선대위 약점인 '전략과 무게감 부족'을 이 위원장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이 이 후보와 선대위를 가감없이 질책하는 국민들로부터 호감을 살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 후보는 "(이 위원장 합류가) 정말 든든하다"며 "위기 국면을 슬기롭게 돌파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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