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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도발 쉼표' 찍은 北... 러시아까지 끌어들여 美 압박

입력
2022.02.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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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최근 잇단 만남... 공조 강화 의지

김정은(맨 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맨 오른쪽) 러시아 대통령.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맨 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맨 오른쪽) 러시아 대통령.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과 러시아의 스킨십이 진해졌다. 2월 들어서만 양국 고위 당국자들이 연쇄 접촉을 하는 등 한층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만남의 ‘공통 분모’는 미국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의식해 무력시위를 자제하고 있는 북한이 도발 숨고르기 기간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대립 중인 러시아까지 끌어들여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북한 외무성에 따르면 임천일 외무성 부상은 7일 알렉산드로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와 만났다. 신홍철 주러시아 북한 대사가 앞서 3일 알렉세이 체쿤코프 러시아 극동ㆍ북극개발부 장관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위축된 상호 교역의 단계적 회복 방안을 논의한 지 나흘 만이다. 논의 범위는 그사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한반도 정세로까지 확대됐다. 양국은 “국제무대를 비롯해 쌍방의 이해관계와 그 방향으로의 실천적 조치들을 취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대미관계는 물론, 다방면에서 양측의 이해가 일치하는 만큼 공조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북러의 밀착은 ‘전략적 제휴’ 성격이 짙다. 북한은 혈맹 중국의 스포츠 잔치에 훼방을 놓지 않으려 군사 도발을 잠시 멈춘 상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일 직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보내 올림픽 성공을 응원한 만큼 ‘미사일 카드’를 다시 뽑아 들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어떻게든 조 바이든 행정부의 관심을 한반도로 돌리고 싶은 북한 입장에선 우크라니아 사태를 놓고 미국과 으르렁거리는 러시아가 압박 수단으로 제격인 셈이다. 러시아로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미국과의 갈등 전선을 동북아 전체로 넓혀 이해관계가 얽힌 북한과 공동대응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를 만들어 대북 공조를 견제하겠다는 속내도 엿보인다. 한미일은 10, 12일 각각 북핵수석대표 및 외교장관 회동을 갖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 방향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만에 하나 새로운 압박 조치가 도출되기라도 하면 북한의 처지는 더욱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유엔의 추가 제재에 한결같이 어깃장을 놓는 중러와의 공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북한은 중거리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한 뒤 2일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 “미국의 편가르기 식 대외정책에 조선(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공동전선이 더욱 다져졌다”는 주장을 폈다.

북한의 ‘내 편 챙기기’ 행보는 베이징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미국과 중러의 대치전선에 자신들도 중첩돼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낼 것”이라며 “미사일 대신 공조체제 강화로 대외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에 존재감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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