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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어문 갈까, 서강대 공학 갈까... 이과생의 고민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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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생으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A군은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끝난 뒤 고민에 빠졌다. 백분위 점수 280점을 받은 그는 서강대 공학계열과 교차지원을 통해 상향지원한 고려대 어문계열에 동시에 합격했다. 학교 이름값을 보면 고려대가, 취업까지 고려하면 인문보다는 공학계열이 나을 것 같아 심사숙고 중이다.
2022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지난 8일 마무리되면서 교차지원으로 상향지원해 합격한 사례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서울대 인문계열 학과에 지원한 수험생 4명 중 1명은 이과 수험생이고, 연세대와 고려대는 이 비율이 절반 수준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상대적으로 수학에 강한 이과 수험생들이 문과 상위권 대학에 대거 교차 지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가 올해 첫 문이과 통합형 수능을 치르며 "문·이과에 따른 유불리는 없을 것"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던 터라 사실상의 대입 정책 실패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9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이번 정시에서 서울 중위권 자연계에서 연세대나 고려대 인문계열로 교차지원한 합격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은 "경희대 물리학과나 건국대 컴퓨터공학과 지원이 가능한 학생이 연세대 경영학과에 합격했고, 동국대 자연계열에서 고려대 인문계열, 숭실대 자연계열에서 연세대 경제학부 등에 합격한 학생 등이 있다"고 밝혔다. 경기대 자연계열에서 경희대 무역학과, 가톨릭대 자연계열에서 서울시립대 경영학부에 합격하는 등 수도권 대학에서 서울 중위권 대학에 합격한 수험생도 있었다.
올해 서울대 정시모집 인문계열 지원자 4분의 1 이상이 이과 수험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입시업체 진학사가 정시 합격예측 및 점수공개 서비스 이용자 데이터를 자체 분석한 결과 서울대 인문계열 모집단위 지원자 중 27.04%가 수능에서 과학탐구 영역을 응시한 이과 수험생이었다.
서울대는 올해 정시에서 인문계열 학과에 지원하려면 제2외국어·한문 영역을 반드시 시험보도록 했다. 다른 대학에 비해 이과생의 교차지원 문턱을 높여놓은 건데 서울대에 모의지원한 과학탐구 응시자를 분석한 결과 제2외국어·한문에도 응시한 수험생이 28.1%였다. 지난해 2.2%보다 크게 상승한 수치다. 상위권 대학 중 정시에서 제2외국어·한문 성적을 활용하는 곳은 서울대 인문계열뿐이기 때문에 이 수험생들은 원래부터 서울대 인문계열 교차지원을 염두에 뒀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교차지원이 실제 등록으로 이어질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이름값'을 보고 상위권 대학 문과를 택하느냐, '실리'를 챙길 수 있는 그 아래 대학 이과를 택하느냐를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어서다.
한 대형 입시업체 상담 교사는 "교차지원으로 상향지원해 합격한 학생 중에서도 취업을 고려해서 원래 성적에 맞는 중상위권 자연계열 대학을 택하려는 학생도 꽤 된다"고 전했다. 정시 등록기간은 11일까지, 추가 합격자 발표 등의 작업이 마무리되는 건 이달 21일이다.
이과생들이 '교차지원 프리미엄'을 누리게 된 건 문·이과 통합형 수능 영향이다. 올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 영역은 '공통과목+선택과목' 체계로 바뀌었다. 선택 과목 간 난이도에 따라 점수에 대한 보정이 이뤄지지만, 아무래도 수학에 능한 이과생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해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과 상위권 수험생들이 이과 중위권 학생에게 밀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재수를 택해 '반수생' 증가가 예상된다"며 "통합 수능의 본래 취지는 실종되고 이과 학생들 선택지만 넓어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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