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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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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북유럽 3국은 복지 선진국에다 국민 행복도 세계 최고라는 이미지 때문에 쉽게 한 묶음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역사를 뜯어보면 세 나라 사정이 비슷하지만은 않다. 이케아, 볼보, H&M 등 공업이 발전한 스웨덴은 오랫동안 노르웨이와 핀란드를 지배해온 지역 강국이었다. 노르웨이가 덴마크와 스웨덴의 지배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독립국이 된 것은 20세기 들어서다. 탄탄한 경제는 발달한 해운업과 북해 유전 덕분이었다.
□ 러시아와 1,340㎞ 국경을 맞댄 핀란드는 약소국이었다. 12세기 이후 약 700년간 스웨덴 지배를 받았고 마침내 독립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는 러시아 통치 아래 놓였다. 러시아 혁명 이후 가까스로 독립국이 되었지만 친러, 반러 세력이 다툰 내전과 두 차례에 걸쳐 러시아와 전쟁도 치러야 했다. 이런 반러 정서 때문에 2차 대전에서는 나치 독일 편에 섰다가 전쟁 말기에 독일과 다투는 사달도 벌어졌다. 지정학적으로 불가피했던 이런 경험 때문에 전후 핀란드가 택한 것이 중립국 외교다.
□ 핀란드는 전후에도 러시아와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한편으론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발전시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거리를 두었지만 이에 대항해 옛 소련 주도로 만들어진 바르샤바조약기구에도 가담하지 않았다. 이런 핀란드 외교를 '노르딕 균형' 또는 '핀란드화'로 부른다. 물론 그 때문에 잃은 것도 적지 않다. 전후 부흥을 위한 마셜 플랜의 혜택을 보지 못했고, 러시아를 향해 지나치게 할 말을 못한다는 비아냥을 사야 했다.
□ 역사적 경험은 다르지만 전운이 감도는 우크라이나 역시 지정학적으로 핀란드와 비슷한 처지다. 중립국 정체성을 국제적으로 보장하려는 노력은 우크라이나 핵무기 폐기 때 체결된 부다페스트 각서나 2014년 러시아 크림반도 병합 당시 민스크 협정으로 이어져왔다. 러시아에 신물 내는 우크라이나가 이를 반기지 않는 것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전쟁을 지혜롭게 피해 가려면 일단 NATO 가입을 미루고 중립 외교를 추구하는 길 외에 다른 묘책이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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