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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뿌리는 공약 남발, 대통령 누가 되든 '나랏빚 폭증'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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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비율이 100% 넘어도 특별히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1,000조 원 넘는 국가채무는 미래 약탈이다.”(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재정 여력에 대한 여야 유력 후보의 시선은 극명하게 갈린다. 국가채무비율이 양호하다고 본 이 후보는 정부가 돈을 더 풀어 경제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윤 후보는 급증한 국가채무를 경계하는 듯 보이지만, 그 역시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긴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면 누가 되든 나랏빚 급증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흉년으로 백성이 굶는데 관아에 쌀을 비축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강조한 이 후보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주장한다. 이를 구체화한 게 ‘기본소득 시리즈’다.
△청년 연 100만 원 △문화·예술인 연 100만 원 △농어촌 연 60만~100만 원의 기본소득 도입은 물론, 60세 이후 공적연금 지급 전까지 연 120만 원의 장년수당 지급과 임기 내 아동수당 지급 대상 확대(현행 만 7세→만 18세)도 내걸었다. 최근엔 빚을 내서라도 정부의 14조 원 추가경정예산안 규모를 키워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후보가 돈을 더 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선진국보다 양호한 국가채무 수치다. 한국의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50.0%(본예산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19년 65.8%)보다 낮다.
하지만 기축통화국까지 포함된 통계를 근거로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평가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의 현재 국가채무비율은 OECD 내 비기축통화 사용 14개국 평균(41.8%)은 물론, 민간 기관(한국경제연구원)이 제시한 비기축통화국 적정 국가채무비율(37.9~38.7%)보다 이미 높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비기축통화국에서 국가채무가 급증하면 국가신용도가 떨어지고 해외자본이 빠져나가 심각한 경기위축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각종 현금지원 공약의 재원 마련 방안도 불안하다. 아동수당을 만 18세까지 확대할 경우 현재보다 6조 원 늘어난 9조4,000억 원이 소요된다. 국내 복지 예산의 약 10% 수준이다. 청년 기본소득에 7조 원, 장년 수당에도 3조 원이 필요하다. 이 후보는 토지이익배당금제와 탄소세 신설 등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나,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도입을 장담하기 어렵다.
재정건전성을 바라보는 윤 후보 시각엔 위기감이 서려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채무가 400조 원 이상 불어 올해 1,000조 원을 넘어선 만큼 당장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본다. 재정준칙을 새 정부 출범 1년 안에 마련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발표한 공약만 보면 “재정 포퓰리즘을 중단하겠다”던 다짐이 무색할 정도다. △노령연금 연 100만 원으로 확대 △출산 후 1년간 연 1,200만 원 부모급여 지급 △병사 월급 200만 원으로 인상 △자영업자 손실보상 50조 원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 대상 임대료 나눔제 실시 등 선심성 공약을 쏟아냈다.
윤 후보의 공약도 막대한 재정이 투입돼야 가능하다. 아기 출산 시 1년간 1,200만 원을 지급하는 '부모급여'에는 3조1,200억 원, 병사 월급 인상에는 5조1,000억 원이 추가로 든다. 자영업자 손실보상과 임대료 나눔제에 50조 원씩 쓰겠다고 했지만, 재원 마련 방안으론 예산지출 구조조정 등 두루뭉술한 답변뿐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예산을 재조정해 수십조 원을 마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초과세수가 얼마나 걷힐지도 불투명해 결국 적자국채 발행에 또다시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두 후보의 공약을 ‘쌍 포퓰리즘’으로 비판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도 군 전역 시 사회진출지원금 1,000만 원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20세가 된 모든 청년에게 3,000만 원의 청년기초자산을 지원하고, 21~29세엔 매년 300만 원의 한시적 기초자산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불붙은 선심성 공약 경쟁에 해외에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대선이 한국의 재정 전망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며 “확장재정은 신용등급을 압박하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6년까지 한국의 국가채무비율 상승 속도(2021년 대비)가 주요 35개 선진국 중 가장 클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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