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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지갑 닫은 일본인… 이자 낮지만 저축률 2년째 30%대

입력
2022.02.0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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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일본 요코하마의 차이나타운이 춘절(설날)을 앞둔 밤이지만 한산하다. 일본은 올 들어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음식점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가 다수 지자체에서 적용되고 있다. 요코하마=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일본 요코하마의 차이나타운이 춘절(설날)을 앞둔 밤이지만 한산하다. 일본은 올 들어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음식점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가 다수 지자체에서 적용되고 있다. 요코하마=로이터 연합뉴스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소비가 살아나지 못해 가계 저축률이 2년째 30%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제로 금리의 일본에선 은행에 돈을 맡겨도 이자가 거의 붙지 않지만, 불필요한 외출 자제 등 코로나19에 따른 행동 제한 조치가 계속되자 소비자들이 좀처럼 돈을 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날 총무성이 발표한 2021년 가계조사 결과 근로자 가구의 평균 저축률은 34.2%로, 전년(35.2%)에 이어 2년째 35% 안팎의 매우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에는 모든 가구에 10만 엔씩 특별지원금을 줬지만 지난해는 이런 일률적인 지원금이 없었음에도 높은 수준의 저축률이 이어진 것이다.

이는 2인 이상 가구의 소비지출이 전년 대비 실질 0.7% 소폭 증가에 그치는 등 소비 부진의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소비는 실질 4.6% 감소한 채였다. 분야별로 보면 식비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27.0%, 음주비는 56.7%, 패키지여행비는 82.3% 줄었다.

특히 외식부문은 2020년에 비해서도 감소했다. 일본푸드서비스협회에 따르면 2021년 일본 외식업계 매출액(전 점포 기준)은 전년 대비 1% 감소해 2년 연속 시장이 줄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서는 17% 감소했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주요 도시에 음식점 영업시간 제한이나 주류 판매 금지 등을 요청하는 긴급사태 선언이나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가 계속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신문은 백신 접종이 일찍 이뤄진 구미 등에선 경제활동이 재개돼 ‘보복 소비’가 이뤄졌지만 일본에서는 달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하루 확진자 수가 100명 전후로 안정되자 연말연시 소비가 잠깐 회복됐지만, 올 들어 다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자 다시금 만연 방지 등 중점조치가 적용되고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됐다. 내각부의 미니 백서인 ‘일본경제 2021-2022’에 따르면 일본 가계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해 약 40조 엔의 초과 저축이 있다. 신문은 “소비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돈조차 쓰지 않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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