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보면 식품에 대한 의사와 약사들의 조언이 쏟아진다. 본인이 '음식에는 사용하면 안 될 최악의 식용유', '아침에는 절대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 등을 골라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무책임한 매도는 과거부터 있었는데 10년 전에는 '합성 지옥, 천연 천국'처럼 첨가물이나 가공식품에 했던 것을 지금은 일반 식품으로 옮겼을 뿐이다.
그때는 바나나맛 우유에 비난도 대단했다. 만드는 법까지 시범을 보이면서 바나나는 전혀 넣지 않고 0.1%도 안 되는 향으로 소비자를 속인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식품회사가 진짜로 소비자를 속일 기술이 있다면 우유 대신 맹물을 사용했을 것이다. 또한 물에 우유 향으로 맛을 내고 알레르기 걱정이 없다고 하거나 제로 칼로리로 다이어트에 좋다고 했을 것이다.
사실 바나나맛 우유가 바나나보다 영양이 풍부하다. 그러니 우유를 다른 맛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지, 맹물에 아무리 그럴 듯한 우유 향을 넣는다고 우유로 속을 정도로 우리 몸이 어리숙하지 않다.
갈증이 그 예인데, 물을 마시자마자 갈증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목마른 생쥐에게 물을 주면 1분이면 갈증뉴런이 잠잠해진다고 한다. 실제로 몸의 갈증이 해소되려면 한참 걸릴 텐데 그때까지 물을 계속 마시면 큰 탈이 나기 때문에 미리 갈증 해소를 예측하고 신호를 끄는 것이다. 그러니 갈증뉴런을 잠시 속이는 것은 가능하다. 얼음을 물고만 있어도 갈증이 덜하고, 바닷물을 마신 순간에도 갈증뉴런이 꺼진다.
그런데 그 시간은 정말 짧다. 쥐는 소금물을 마시면 1분만 지나도 다시 갈증뉴런이 켜진다. 사람도 바다에 조난을 당해 타는 갈증을 느끼면 바닷물을 한두 모금 마셔보지만 이내 다가오는 고통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음식을 먹으면 영양분이 충분히 흡수되기 전에 식욕중추의 스위치가 꺼지기 시작한다. 이런 허점을 이용해 2만6,000가지의 다이어트 방법이 개발되었지만 단 한 가지도 우리 몸을 오래 속이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우리 몸은 가짜 음식에 잘 속지 않는데, 우리 머리는 가짜 풍문에 잘 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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