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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룡’ 탄생 불발… “엔비디아, ARM 인수 무산”

입력
2022.02.08 17:33
수정
2022.02.0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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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EU 규제당국 반대에 79조원대 인수 협상 무산
"대주주 소프트뱅크 1조5000억 위약금 받을 듯"

일본 도쿄에 있는 소프트뱅크 본사 로고. 소프트뱅크는 자회사인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매각하려는 계획을 포기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도쿄에 있는 소프트뱅크 본사 로고. 소프트뱅크는 자회사인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매각하려는 계획을 포기했다. 도쿄=AP 연합뉴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추진했던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 인수가 결국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ARM 대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도 매각 대신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로 했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규제당국의 반대로 ARM 인수를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한 관계자는 “소프트뱅크는 최대 12억5,000만 달러(약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매각 협상 실패로 사이먼 시거스 ARM 최고경영자(CEO)가 경질되고, 지식재산권(IP) 담당 부서 책임자인 르네 하스가 신임 CEO로 선임됐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말이 되기 전에 IPO를 통해 ARM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소프트뱅크는 ARM을 뉴욕증시에 상장하려고 하지만, 런던증시 상장을 원하는 영국 정부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ARM은 반도체를 제조하진 않고 설계만 하는 기업으로, 퀄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이 회사가 설계한 반도체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2016년 ARM을 320억 달러에 인수한 소프트뱅크는 2020년 9월 400억 달러를 받고 엔비디아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엔비디아는 인수 대금으로 자사 주식 215만 주와 현금 120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는데, 엔비디아 주가가 상승하면서 한때 인수 금액이 800억 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현재 인수 가치는 660억 달러(약 79조2,000억 원)로, 만약 거래가 성사됐다면 반도체 부문 사상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각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ARM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여기는 영국은 지난해 7월 경쟁시장청(CMA)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경쟁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해 12월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혁신과 경쟁을 저해한다며 인수 반대 소송을 냈고, EU 집행위원회도 ARM의 IP 침해 가능성 여부를 조사해 왔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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