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역대 대선 D-25은 어떤 모습이었나

입력
2022.02.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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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선 D-25 풍경, 승패 갈랐던 변수 출몰
TV토론 한 방에 추락, 희비 엇갈린 단일화 등
15일부터 공식선거운동 돌입, '방역 유세' 초점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30일 앞으로 다가온 7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나란히 계단을 오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은 초접전 양상을 보이며 박빙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과천=뉴스1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30일 앞으로 다가온 7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나란히 계단을 오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은 초접전 양상을 보이며 박빙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과천=뉴스1

12일 기준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선거가 25일 남았습니다. 역대 대선에서 'D-25'일은 후보 등록일과 맞물리며 청와대라는 종착지를 향한 대선 열차의 마지막 정류장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는데요. 그만큼 최종 승부수를 띄우는 결단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해 또는 막판 반전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단일화, 네거티브 등 쓸 수 있는 모든 카드가 다 동원됐죠. 대선의 꽃으로 불리는 TV토론의 화력도 이 시기 가장 불을 뿜었죠. 굳히기냐, 뒤집기냐. 대권을 향한 막판 스퍼트를 올렸던 역대 대선(16, 17, 18, 19대 대선) D-25일의 풍경을 정리해봅니다.


①2017년 대선 D-25 : 가파르게 상승하다 TV토론 '실책'으로 추락

2017년 4월 13일 SBS와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개최한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좌측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7년 4월 13일 SBS와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개최한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좌측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이른바 '장미대선'으로 치러진 19대 대선의 D-25는 TV토론이 장식했습니다. 2017년 4월 13일, 대선을 26일 앞두고 대선후보 간 첫 TV토론이 열렸는데요. 5명의 후보들은 적폐 논쟁,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법인세 인상 등 증세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죠. TV토론은 19대 대선을 가른 주요 변수 중 하나로 꼽힙니다.

대선 한 달 전만 해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독주체제를 흔들어 놓으며 '양강구도'가 구축됐었죠.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D-33일 기준, 문재인 후보 38%, 안철수 후보 35%로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첫 TV토론 이후 열흘 뒤인, 4월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법정토론에서 안 후보가 민주당 진영의 네거티브에 대한 반격으로 "제가 갑철수냐", "제가 MB 아바타냐" 등을 들고 나왔다가 자신의 이미지에 부정적 타격을 입게 되죠. 이를 기점으로 안 후보의 지지율은 속절없이 추락했고, 최종 득표율은 문재인 41.1%, 홍준표 24%, 안철수 21.4%로 대권은 문재인 후보가 거머쥐게 됩니다.


②2012년 대선 D-25 : 협상 결렬되자 전격 사퇴, 단일화 시너지 불발

2012년 11월 23일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직 사퇴를 발표한 뒤 눈을 감은 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류효진 기자

2012년 11월 23일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직 사퇴를 발표한 뒤 눈을 감은 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류효진 기자

2012년 대선의 승부를 갈랐던 건 역시 안철수 후보였습니다. 대선 D-33일 기준,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근혜 후보 39%, 문재인 후보 23%, 안철수 후보 20%를 기록하며 문재인 안철수 야권 후보 지지율을 합치면 박근혜 후보를 앞서고 있었는데요.

대선을 26일 앞둔 2012년 11월 23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이어가던 안철수 후보는 막판 협상이 결렬되자 그날 밤 전격 사퇴를 선언합니다. "더 이상 단일화를 놓고 대립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고, 새 정치에 어긋나고, 국민에게 더 많은 상처를 드릴 뿐이다." 백의종군과 함께 밝힌 사퇴의 변이었죠.

안 후보의 퇴장으로 대진표는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양자 대결로 확정됐죠. 안 후보는 문 후보에게 성원을 보내달라고 했지만, 문 후보 측에 알리지 않은 일방적 사퇴였던 만큼, 후폭풍은 컸습니다. 안 후보의 지지층을 달래고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기엔 한계가 있었던 거죠. 급기야 안 후보는 대선 당일 돌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떠나며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의 종지부를 찍습니다. 2012년 대선은 박근혜 후보가 51.6%를 득표, 48%를 얻은 문재인 후보를 꺾으며 승리합니다.


③2007년 대선 D-25 : 끝까지 비리 공방으로 얼룩졌던 '네거티브 선거'

2007년 11월 23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김경준씨의 어머니 김영애씨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7년 11월 23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김경준씨의 어머니 김영애씨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7년 대선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일찌감치 40% 안팎의 지지율로 대세론을 형성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치러졌죠. 물론 변수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이명박 후보 자신이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었는데요.

대선을 26일 앞둔 2007년 11월 23일 BBK 주가 조작 사건으로 구속됐던 김경준씨의 어머니가 이 후보의 BBK 소유 의혹을 입증할 이면계약서 원본을 든 서류가방을 들고 한국에 입국하면서 대선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죠. 김경준씨의 구속부터, 누나 에리카 김 변호사의 기자회견 전격 취소까지 대선 레이스 내내 BBK사건이 따라 다녔지만, "무능보다는 차라리 부패가 낫다"는 야당의 노골적 정권교체 프레임이 먹혀들며 이명박 후보는 숱한 도덕성 논란에도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④2002년 대선 D-25 : 단일화 승부수가 쏘아 올린 대역전 드라마

2002년 11월 20일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후보(오른쪽)와 정몽준(왼쪽) 후보가 심야회동에서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여의도 한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으로 러브샷을 하고 있다. 손용석기자

2002년 11월 20일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후보(오른쪽)와 정몽준(왼쪽) 후보가 심야회동에서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여의도 한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으로 러브샷을 하고 있다. 손용석기자

단일화 승부수가 쏘아 올린 2002년 대선은 그야말로 한 편의 역전 드라마였습니다.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선거 구도는 '1강(이회창) 2중(노무현·정몽준)'으로 굳어지고 있었는데요. 이대로라면 노무현과 정몽준 두 사람 모두 선거에서 이길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죠. 후보 교체 압력에까지 시달렸던 노무현 후보는 이 판을 뒤엎을 유일한 승부수로 단일화 카드를 꺼내듭니다.

대선을 33일 앞둔 2002년 11월 16일 새벽 노무현, 정몽준 후보는 단일화 원칙에 전격 합의하게 되죠. 이틀 만에 여론조사 방식이 언론에 유출되면서 협상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지만 노 후보의 양보로 우여곡절 끝에 갈등은 봉합됩니다.

이후에도 단일화 과정은 순탄치 않았는데요. 후보 결정을 위한 여론조사는 대선을 불과 25일 앞두고 진행됐고, 후보등록일인 그해 11월 25일 새벽 노무현 후보를 단일후보로 최종 확정하기에 이르죠. 대선 전날 밤 정몽준 후보가 지지를 철회하는 소동도 있었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어진 뒤였죠. 노무현 후보는 48.91% 득표율로 이회창 후보(46.58%)를 꺾고 승리합니다.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열세였던 후보가 뒤집기에 성공한 유일한 사례로 기록됩니다.


15일부터 공식선거운동 시작... 코로나19 확산에 '방역 유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역대 대선 D-25 풍경과 견줘 보면 이번 대선은 그야말로 안갯속입니다. 양강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 박빙 승부를 이어가고 있고, 단일화 논의는 뜬구름 잡는 말만 오갈 뿐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른 실체는 보이지 않죠.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결과, 앞으로 남은 25일 동안 어떤 일이 펼쳐질까요. 먼저 남은 대선 일정을 살펴보면, 13일부터 이틀간 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등록 신청이 진행됩니다. 15일부터는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는데요. 자동차와 확성장치 등을 이용한 공개 연설과 대담 그리고 거리 현수막 게시 등이 가능해집니다. 후보자의 얼굴이 담긴 선거 포스터, 유세차, TV 광고 등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죠.

이번 대선은 신종코로나감염증바이러스(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으로 선거 캠페인도 방역이 최우선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민주당은 '드라이브 인(Drive in)' 방식의 비대면 거리두기 유세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죠. 이재명 후보가 야외 유세 현장에서 자동차를 타고 모인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을 하는 방식으로, 2020년 미국 대선 때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 후보가 시도한 '드라이브인 타운홀'을 벤치마킹한 것이라 합니다. 국민의힘에선 유권자들이 윤석열 후보 유세차에 올라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사전에 신청받는 '유세차앱'도 띄울 계획이라고 하네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둔 8일 경기도 김포시 차량광고업체 에바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거유세 차량(위쪽)과 파주시 미디어맥스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선거유세 차량이 제작되고 있다. 김포파주=뉴스1

제20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둔 8일 경기도 김포시 차량광고업체 에바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거유세 차량(위쪽)과 파주시 미디어맥스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선거유세 차량이 제작되고 있다. 김포파주=뉴스1

유세 기간 선거송도 빠질 수 없죠. 민주당은 '아모르파티(김연자)'와 '뿜뿜(모모랜드)', '진또배기(이찬언)', '상상더하기(라붐)' 등 세대를 아울러 사랑을 받아온 노래들을 선보이고, 국민의힘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김광석),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임영웅), '찐이야'(영탁)와 함께 문재인 정권의 대표적 실정인 부동산 문제를 부각하는 차원에서 '아파트'(윤수일)를 포함시켰다고 하네요.

단일화 시점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후보등록일(13일) 이전, 그 다음이 투표용지 인쇄일(28일), 사전투표 시작일(3월 4일) 등이 마지노선으로 거론되지만, 합의만 이룬다면야 투표 전날이라도 가능은 하겠죠. 이번 대선 사전투표일은 3월 4일, 5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논란이 일었던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들은 대선 당일인 9일 저녁 6시부터 7시30분까지 투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앞으로 정해진 일정은 이 정도입니다. 남은 기간 무슨 일이 펼쳐질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D-25일은 대선 판을 뒤흔들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겁니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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