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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모는 '단일화 열차' 앞에서 '멈칫'... 안철수의 시소 게임

입력
2022.02.09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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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관훈토론서 '단일화' 질문 집중
"고민 안 한다"면서 이유는 "제안 없었다"
지지율 정체 국면... 끌려가는 단일화 부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대선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대선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국민의힘이 시동을 걸어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열차'가 출발했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열차에 오르지도, 열차를 그냥 보내지도 못한 채 고민하고 있다. 지지율이 주춤하면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을 주도할 '힘'을 놓친 탓이다. 이에 안 후보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채 자신에게 유리한 '때'가 오기를 기다리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安 "내가 정권교체 주역" 강조하면서도 "제안 안 왔다" 공 넘겨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한 안 후보에겐 단일화 질문이 집중됐다. 질의응답 시간 약 100분 중 단일화 문답이 30분간 이어졌다. 안 후보에 대한 관심이 그의 '비전'보다 '단일화 여부'에 쏠려 있다는 뜻이다.

안 후보는 "내가 정권교체의 주역이고, 대통령 당선이 목표"라며 후보 단일화 추진에 거리를 뒀다. 단일화 방식에 대해선 "단일화를 고민하고 있지 않다 보니 방식을 고민해본 적은 더더욱 없다"고 했다. "제가 단일화를 안 하겠다고 하면 100% 안 했다"며 '수사'가 아님을 강조하기도 했다. '안 후보가 책임총리를 맡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윤 후보가 제안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8일 교통회관에서 열린 택시업계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8일 교통회관에서 열린 택시업계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안 후보는 "(단일화에 대한 국민의힘 입장은) 크게 둘로 나뉘어 있다. 내부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제안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했다. 단일화 불가피론을 펴는 국민의힘 인사들은 "윤 후보가 단일화에 대한 국민의힘 이견을 정리해 정식으로 제안하면 논의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지지율 하락에 선거비용 부담... "여론조사 방식 가당찮다" 양보 요구도

안 후보는 후보 단일화 제안을 물리치기 어려운 입장이다. 지난달 10%대를 찍은 안 후보 지지율이 최근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대선 완주'를 확언할 수 없게 됐다. 대선에 세 번째 도전하는 안 후보가 이번에도 승리하지 못하면, 그의 정치 생명이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안 후보의 단일화 거부로 보수 표가 갈려 정권교체가 무산되면, 보수 진영의 원망은 윤 후보보다 안 후보로 향할 공산이 크다.

수십억~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선거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공직선거법상 대선후보는 득표율 15%를 넘겨야 선거비용 전액을 정부에서 돌려받는다. 절반이라도 보전받으려면 득표율 10%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 1,500억 원대 자산가(공직자 재산신고액 기준)인 안 후보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단일화 불가피론을 펴는 등 주변에서 안 후보를 압박하고 있는 것도 안 후보로선 부담스러울 것이다.

단일화에 전격적으로 나선다고 '꽃길'이 보장된 건 아니다. 안 후보로의 단일화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흡수되는 모양새가 되면 안 후보의 미래가 불투명해진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커지면서 안 후보가 유리한 단일화 협상을 할 공간이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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