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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에 등장한 한복…시진핑 연임 겨냥한 정치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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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한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한 배경에 연임을 앞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중국인을 단결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 주석의 세 번째 국가주석 연임은 올해 하반기 예정된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사실상 결정된다. 이를 앞두고 열린 올림픽에서 조선족을 비롯한 중국 내 다양한 민족이 국가(시 주석)에 충성하는 '정치적 퍼포먼스(공연)'를 보였다는 이야기다.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한중관계사연구소장은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조선족을 상징하는 한복 차림의 여성을 비롯해 56개 민족 대표가 오성홍기를 게양대로 전달한 장면을 두고 "3연임을 앞두고 시 주석을 중심으로 애국심을 강화하려는 차원에서 벌인 정치적 퍼포먼스"라고 평가했다. 김 소장은 "그 장면에서 첸 카이거 감독이 참여한 영화 '나와 나의 조국'에 나왔던 노래가 흐른다"면서 "'나와 나의 조국은 떨어질 수 없고, 내가 어디를 가든 조국에 대한 찬양의 노래를 부르네'라고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노래”라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민족 대표들이 함께 국기를 전달하는 연출이 시 주석이 강조하는 '중화민족 공동체론'에 바탕을 뒀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2017년 19대 당 대회 문건에서 중화민족 공동체의식을 공고히 하자고 발표하면서 새로운 민족정책으로 '중화민족 공동체론'을 발표했다. 기존의 '중화민족 다원일체론'을 대체한 것이다.
다원일체론은 다양한 기원을 가진 소수민족이 한족을 중심으로 중화민족을 이뤘다고 설명하지만, 공동체론은 중화민족의 문화적 DNA가 구석기 시대부터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김 소장은 "공동체론은 여러 민족에게 원래부터 중화민족 DNA가 존재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 다르다"면서 "중국에서는 현재 중화민족 공동체론을 연구하는 센터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체론이 다원일체론을 대체하면서 중국의 민족정책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김 소장은 "소수민족들이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 역사를 배우던 민족학교에서 지금은 한어(중국어)를 배운다"면서 "대학 입학에서 소수민족을 우대하던 정책도 폐지됐다. 그들도 똑같은 공민이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소수민족들이 국기를 함께 전달하는 장면으로 그 점을 표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한복(韓服)이 한족의 복식인 한푸(漢服)에서 유래됐다는 잘못된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사건 자체는 중국 정부가 의도한 ‘문화 동북공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김 소장의 의견이다.
그럼에도 김 소장은 김치-파오차이 원조 논쟁처럼 중국이 한국 문화를 침탈한 전례가 있었기에 한복 논란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견을 전제로 "한국도 사안별로 시정을 요구할 것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국내 통치를 위해 한족 중심의 민족주의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주변 민족과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 역시 주변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한중국대사관 대변인이 8일 늦게 국내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는 중국이 한국의 문화를 약탈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담겼다. 입장문에는 "전통문화(한복)는 한반도의 것이면서 또한 중국 조선족의 것이기도 하다"라며 "중국은 한국의 역사·문화 전통을 존중하며, 한국 측도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 각 민족 인민들의 감정을 존중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엔 "중국 네티즌, 특히 조선족들이 (한복 논란에) 매우 불만스러워하고 있다"는 전언도 담겼다. 이번 사건이 중국이 의도한 문화 동북공정은 아니지만 중국이 앞으로도 중화민족 민족주의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주변국과 갈등을 일으킬 것이라는 김 소장의 주장과 맞닿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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