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동물 장기를 이식받는 시대가 온다면

입력
2022.02.07 22:00
27면
미국 메릴랜드대 의료진이 7일 시한부 심장질환 환자 데이비드 베넷(오른쪽)에게 돼지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하고 있다. 왼쪽은 담당 의사 바틀리 그리피스. AP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메릴랜드대 의료진이 7일 시한부 심장질환 환자 데이비드 베넷(오른쪽)에게 돼지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하고 있다. 왼쪽은 담당 의사 바틀리 그리피스. AP 로이터 연합뉴스

2022년 1월 7일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돼지의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진행되었다. 심한 부정맥 환자였던 57세의 데이비드 베넷(David Bennet)은 다른 사람의 심장을 기증받지 못한 시한부 상태였는데, 별다른 치료 방도가 없을 시 실험적 의술을 허가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조항에 따라 돼지의 심장을 받기로 동의했고, 메릴랜드대학 병원에서 수술 후 스스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다른 동물의 생체기관을 인간에게 이종이식(xenotransplantation)했다는 점에서 의료계가 수십 년 동안 연구해왔던 일이 실제로 이루어진 혁명과도 같은 사건이다.

돼지 심장 이식은 이미 2021년 10월 19일 미국 뉴욕대에서 행해진 또 다른 장기이식 수술의 뒤를 잇는 것이었다. 이때는 돼지의 콩팥을 뇌사환자에게 이식하였는데, 3일 동안 면역 거부반응 없이 그 기능을 하였고 수술은 성공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런데 앞서 언급된 돼지의 심장 이식이 더 큰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대상이 뇌사환자가 아니었고 정말 인간의 생명을 구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다른 동물의 내장을 이식하는 행위 자체가 복잡하고, 성공 가능성이 낮으며, 많은 위험이 따른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 특별히 돼지가 이용된 이유는 심장의 크기가 인간과 비슷하고 새끼를 많이 낳으며 사육이 편하기 때문이고, 장기 이식 후 항체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인간 면역체계에 낯선 물질인 돼지 세포의 당(sugar) 성분을 줄이는 등 유전자가 변형된 돼지를 사용했다. 관건은, 인간의 몸과 최대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돼지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이고, 수술 이후 환자에 대한 약물치료가 인간의 장기를 이식받았을 때와 별반 차이가 없는 상태를 추구한다.

돼지 심장 이식은 수술이 행해진 미국 안팎에서 많은 토론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종이식을 찬성하는 이들은, 장기이식 대기자는 많지만 장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그것이 긍정적 해결책이라고 환영하였다. 반대로,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동물의 유전자를 조작하고 그들을 죽이면서 내장기관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하면서 그 비윤리성을 지적한다.

하물며,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가 과거에 흉악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른 사람에 앞서 범죄자에게 먼저 새 삶을 부여해주는 것이 마땅한지의 논란까지 일었다. 더 나아가, 앞으로 이종이식이 보편화되어 갈 경우, '다른 동물의 장기를 몸속에 지니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인간들 사이에 차별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염려도 있었고, 또는 '내가 어디까지 인간일까'라고 본인의 정체성에 대해 괴로워할 가능성과 그것에 대한 상담치료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오래 살기를 원하는 마음은 인간의 본성이고, 가족과 친구가 아플 때 옆에서 지켜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이종이식 수술이 인간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한다. 의료기술과 인간 의지의 측면에서도 노화와 질병에 맞서 싸우기 위해 기존의 한계에 계속해서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수명 연장으로 인간 유한성(mortality)의 부정이 될 수는 없다. 결국 인간이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좋은 죽음(good death)'을 준비함도 큰 지혜가 아닐 수 없다.


김윤정 ‘국경을 초월하는 수다’ 저자ㆍ독일 베를린자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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