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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짓밟혔는데 SBS '홍콩 영화' 中 올림픽 중계 홍보 패러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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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유명 홍콩 영화를 패러디해 만든 2022 중국 베이징 동계 올림픽 중계 홍보 영상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중국 반환을 앞두고 홍콩의 불안과 청춘들이 느낀 상실감이 잔뜩 배어있는 '중경삼림'(1995) 등을 활용한 게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화 투쟁의 씨를 말리려는 중국 정부의 탄압으로 숨죽이고 있는 홍콩 시민들에 폭력적인 기획이라는 지적이다. MBC가 지난해 도쿄올림픽 관련 무례한 중계로 국제적 망신을 당한 뒤 SBS가 또 잡음을 내 지상파 방송사에서 자체 검증이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SBS는 최근 '중경삼림'을 비롯해 '아비정전'(1990)을 패러디해 만든 자사 올림픽 중계 홍보 영상을 유튜브 등에 올렸다. 영상에서 SBS 중계 캐스터(진행자)들은 '중경삼림'의 량차오웨이(양조위)처럼 경찰 정복을 입고 해진 거리를 걷고, '아비정전'의 장궈룽(장국영)처럼 흰 러닝셔츠에 트렁크 팬티 차림으로 거울 앞에서 '맘보춤'을 춘다. 두 캐스터는 "이번에도 여러분을 구속하겠습니다" "또 어떤 감동과 재미가 펼쳐질까요"라고 각각 말했다.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친숙한 홍콩 영화의 명장면을 패러디해 재미를 주고, 시청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 영상은 케이블 SBS스포츠 채널에도 최근 방송됐다.
그 후 SBS는 된서리를 맞고 있다. 구설에 오른 배경은 이랬다.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이 만든 두 영화는 중국에 대한 홍콩의 불안을 상징하는 인장처럼 여겨진다. 홍콩에선 2019년 반(反)정부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벌어진 뒤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2020년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면서 언론 자유 등을 억압받고 있다. 홍콩이 처한 이런 상황과 영화적 맥락을 깡그리 무시한 채 SBS가 홍콩도 아닌 중국 올림픽 중계 홍보 영상으로 '중경삼림' 등을 패러디한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홍콩 사람들이 보면 피눈물 난다 진짜. 어떻게 홍콩 영화를 베이징 올림픽 홍보로 써먹을 생각을 해. 이렇게 예민한 문제를'(@Aro****), '중국에서 만든 게 아니라 한국에서 만든 거야? 무슨 생각이야? 한국인들이 홍콩 사람들에게 갖는 감정, 그걸 몰라? SBS가?'(@93****), '홍콩이 얼마나 투쟁하고 있고 공격당하고 있는지 알면서 저렇게 만든 건가?'(@sada****) 등의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국내 방송사가 중국 대륙과 대만, 홍콩, 마카오는 나뉠 수 없다는 '하나의 중국'을 강조한 꼴로 비쳐 불편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석현 서울 YMCA 시민중계실 실장은 "중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니 중국에서 제작된 영화를 패러디했으면 될 일인데, 홍콩 문제에 그만큼 문제 의식이 없었거나 국제 정세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자체 검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솜방망이 제재로 지상파에서 올림픽 중계 관련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도쿄올림픽 개회식 생중계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소개하며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사진을 쓴 MBC에 행정지도 처분(권고)을 내렸다. 홍콩 영화 중국 올림픽 중계 홍보 패러디 논란에 SBS 관계자는 본보에 "관련 영상을 다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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