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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30, 짧지만 승패 좌우할 '킬러 변수' 터질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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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기준으로 20대 대통령선거일(3월 9일)까지 30일 남았다. 대선 레이스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승기를 잡은 후보가 보이지 않는 혼전이 이어지고 있다. 역대 대선을 돌아보면 선거 30일 전은 판세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대형 변수가 돌출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여야 주요 후보들의 높은 비호감도에다 판박이 공약으로 변별력이 두드러지지 않은 이번 대선의 특성상 한 달 동안 TV토론과 후보 단일화, 네거티브 공세 등의 변수가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통상 TV토론은 '잘해야 본전'인 이벤트로 여겨진다. 이미 결집돼 있는 상대의 지지층을 TV토론으로 자신의 지지층으로 되돌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지후보를 정한 유권자들에게는 후보의 실수도 이해할 수 있는 실수 정도로 여기기 때문이다. 다만 지지후보를 아직까지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나 중도층의 결정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으로 최소 3회 이상 남아 있는 TV토론이 이들의 최종 표심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2017년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사실상 궤멸된 보수와 중도 표심을 흡수하면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세론을 위협했다. 그러나 대선을 17일 앞둔 2017년 4월 23일 TV토론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내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입니까, 내가 갑철수입니까"라고 따져 물은 것이 결정적 패착으로 작용했다. 안 후보의 다소 느닷없는 질문으로 이후 "네거티브에 치중하는 후보" "토론을 못하는 후보"라는 평가 속에 지지율 상승세가 하락세로 반전했다.
2012년 대선에서도 대선 15일 전 열린 3자 TV토론에서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다카기 마사오" 등의 발언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맹공했다. 하지만 역으로 보수 표심을 결집시킴으로써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박빙이던 승부의 추를 박 후보 쪽으로 기울게 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번 대선의 남은 변수 중 하나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여부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정권교체 여론을 모두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점은 단일화 변수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방증이다.
2012년 대선에선 선거를 37일 앞두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시작됐다. 여론조사 방식 등 룰 협상이 이어지다 선거 26일 전인 11월 23일 안 후보가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하면서 사실상 단일화엔 성공했다. 다만 양측이 화학적 결합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결국 박근혜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대선후보 간 단일화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였다. 노 후보와 정 후보는 선거일 33일 전 단일화 방식에 합의한 뒤 선거 24일 전 노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출됐다. 그러나 대선 전날 밤 정 후보가 노 후보 지지를 철회하면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를 찍으려던 유권자들까지 움직였다. 결국 노 후보가 지지율 1위였던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꺾고 대권을 잡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번 대선은 이례적으로 거대 담론이 안 보이고 있다. 외교안보를 제외한 주요 후보들의 공약도 비슷해 정책적 차별화도 쉽지 않은 상황. 거대 담론과 국가 비전을 논의할 자리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본인 및 가족에 대한 의혹이 대신하고 있는 형국이다. 남은 한 달 동안 새로운 의혹이 불거질 경우 부동층 표심이 어느 한쪽으로 확 쏠릴 수 있다는 얘기다.
2007년 대선에서는 선거 30여 일 전 네거티브 이벤트가 정국을 뒤흔들었다. 당시 이명박 후보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BBK 주가조작'의 핵심 인물로 미국 도피 중이던 김경준 전 BBK 대표가 입국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대선 2주 전 검찰이 이 후보에게 무혐의 결정을 내렸고, 이 후보는 네거티브 악재를 떨치고 손쉽게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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