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돌봐 줄 사람 없어” 살해한 30대 아빠...법원 “징역 12년”

극단적 선택 앞서 돌봐 줄 사람 없다 판단
온라인 게임과 가상화폐 등으로 2억 빚 져
아이 결석에 연락 안 되자 교사가 발견 신고
"아이 역경 딛고 성장 기대감 포기 말았어야"

법원 마크

10대 딸을 살해한 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가 목숨을 건진 30대 남성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가상화폐 등으로 수억 원의 빚을 지게 되자, 극단적 선택에 앞서 자신이 죽으면 딸을 돌봐 줄 사람이 없다고 판단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 조휴옥)는 6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신모(38)씨에게 징역 12년과 아동 관련기관 취업제한 5년을 선고하고 2년간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신씨는 지난해 10월 5일 수원시 권선구 자신의 주거지에서 잠든 딸 A(11)양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범행 직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의식을 잃고 쓰러졌으나, A양이 학교에 결석하고 연락이 닿지 않은 것을 걱정한 교사의 신고로 구조됐다.

신씨는 2012년 부인과 이혼한 뒤 A양을 양육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2019년 모바일게임에 빠져 많은 금액을 탕진한 데 이어, 지난해 4월엔 대출을 받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실패하면서 2억 원 상당의 빚을 지게 됐다.

신씨는 경찰 조사에 “자신이 죽으면 딸을 돌봐 줄 사람이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소중한 생명을 피고인이 좌우할 수 있다고 여긴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설령 어린 피해자가 홀로 살아가게 될 환경이 녹록치 않으리라고 예상되더라도 피해자가 역경을 딛고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포기하지 말았어야 하기에 피고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초범이고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다”며 “범행 전에 다소나마 죄책감으로 여러 차례 고뇌한 흔적이 있고 범행 당시에 우울감과 절망감 등에 휩싸여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한 면도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