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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올림픽 개막식에 ‘소수민족 우대 코스프레’...들러리 서게 된 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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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한복을 입은 여성이 출현하면서 국내 여론이 들끓고 있다. 중국이 주최하는 올림픽 무대에서 마치 "한국을 중국의 '한 부분'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볼 때는 한복을 중국 문화로 오해할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한국 여론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왜 한복을 등장시켰을까.
논란의 발단은 4일 베이징 국가체육장에서 열린 올림픽 개막식 행사 중 하나인 오성홍기(중국의 국기) 게양식 무대였다. 연분홍색 치마와 하얀 저고리를 입고 댕기 머리를 땋은 여성이 오성홍기 게양자 중 하나로 등장했다.
한복의 등장을 당장 '문화 공정'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게양자 대표 중 하나로 조선족을 내세우는 과정에 단순히 한복이 쓰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달 발표한 중국통계연감에 따르면, 중국 인구의 절대 다수(91%)인 한족을 제외한 소수 민족은 1억2,533만 명(8.9%)로 이 가운데 조선족은 170만 명으로 집계됐다. 1,000만 명 이상인 위구르족이나 후이족, 먀오족보다 적지만, 여전히 연변조선족자치구의 대표성을 띠고 있는 셈이다. 실제 이날 오성홍기 게양식에는 한복뿐 아니라 먀오족과 후이족, 티베트족의 전통 의상으로 보이는 다양한 의상들이 동시에 등장했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선 중국 관영매체 CCTV가 한복뿐 아니라 상모를 돌리며 장구를 연습하는 모습이 중국 고유 문화로 소개했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CCTV는 "각 민족의 대표가 손에서 손으로 오성홍기를 나르고 있다"고 했을 뿐 한복의 의미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관영 환구망도 "각 민족·분야의 귀감이 되는 56명(한족 포함)이 국기를 게양했다"고만 소개했다.
소수 민족인 조선족을 상징하는 의복으로써 한복 입은 여성이 출연한 것이지, 한국을 정면 겨냥한 고강도 '문화 공정 도발'로 규정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이번 개막식 주요 장면에는 유독 소수 민족들이 자주 등장했다. 중국 개막식 하이라이트인 성화 봉송의 마지막 주자로 크로스컨트리 선수 다니거 이라무장을 내세웠다. 이라무장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출신이다.
이는 중국 인권 상황을 문제 삼고 있는 서방권의 비판을 의식한 제스처로 풀이된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일본 등 12개국은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홍콩 인권 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워 이번 올림픽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단행했다. 외신에 따르면, 신장위구르 지역은 물론 닝샤후이족자치구 등에선 종교 탄압과 전통 의복 착용에 대한 제한도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성홍기 게양식에서 조선족은 물론 먀오족·후이족·티베트족 등 다양한 소수 민족 의상을 부각시킨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소수 민족을 향한 인권 탄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존 중국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중화주의를 기본으로 모든 민족을 아우르고 우대한다는 차원에서 소수민족을 등장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올림픽이 '대국굴기'(大國堀起)의 정치선전 무대로 작용할 것이란 국제사회 일각의 예상과 어긋나지 않는다.
정작 중국 측의 입장과 달리 중국에서 소수민족에 대한 우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20년 네이멍자치구와 연변 조선족자치구에선 각각 자치구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몽골어와 한글 표기 교재 사용이 중단됐다. 앞서 2019년에는 닝샤후이족자치구에서 후이족에게 부여해온 대학입시 가산점제도가 중단됐으며, 소수민족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다른 자치구 역시 비슷한 실정이다.
이 같은 이유로 중국이 베이징올림픽에서 국제사회 비판에 맞서는 자신들의 인권 선전과 저강도 문화공정 과정에 한복을 '들러리'로 세웠다는 경계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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