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었다 녹았다 당도가 끝내준당께"… '봄동' 하면 진도 꼽히는 이유는

입력
2022.02.07 04:00
20면
구독

<11> 우리 고장 특산물 : 진도 봄동
진도 토질 기후는 봄동 재배 안성맞춤
달착지근 향 뿜으며 곳곳서 제철 수확
봄동 겉절이 한 접시면 밥 한 그릇 '뚝딱'
연간 20억 소득 효자 특산물 노릇 톡톡

지난달 25일 전남 진도군의 밭에서 봄동 수확 작업이 한창이다. 진도= 김성환 기자

지난달 25일 전남 진도군의 밭에서 봄동 수확 작업이 한창이다. 진도= 김성환 기자

제주도와 거제도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전남 진도. 쌀쌀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던 지난달 25일 목포에서 이정표를 따라 차량으로 45분 정도 남쪽으로 향하자 진도대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임진왜란 당시 명량해전 승전보가 울려 퍼진 울돌목을 가로지르는 진도대교를 건너자마자, 차창 밖으로 군데군데 파릇파릇한 채소들이 눈길을 끌었다. 섬 초입인 군내면 쪽으로 차량을 몰아 자세히 들여다보니, 땅바닥에 바짝 붙어 자란다고 납작배추로 불리는 봄동이 달착지근한 향을 내뿜고 있었다. 속이 꽉 찬 일반 배추보다 크기가 작고 잎이 옆으로 퍼진 게 특징이다.

매년 이맘때면 ‘봄동’이 남쪽 섬 진도의 겨울에 숨을 불어넣는다. 오전부터 가랑비가 흩뿌리는 흐린 날이었지만, 섬 곳곳에선 제철을 맞은 봄동 수확으로 매우 분주했다. 완도와 함께 전국 최대 생산지인 진도 일대 15만 평(49ha)에서 봄동을 재배하고 있다는 김민국(58)씨는 이날도 진도의 여러 밭을 오가며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22년간 봄동 농사를 해온 김씨는 “얼었다 녹았다 항께 당도가 특히 끝내준당께”라며 진도 봄동의 특징을 자랑했다. 이날 수확된 봄동은 지난해 10월 파종한 것이다. 봄동은 보통 8월 하순부터 10월 초순에 파종하고 10월 말이나 11월 초부터 수확을 시작한다.

진도는 예부터 김과 미역을 비롯해 해초와 전복 등 수산물이 풍부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물빠짐이 좋은 사질토 지역이라 봄통 재배에도 안성맞춤이다. 여기에 1~3월 평균 기온이 영상 5도에서 10도 사이로 온화한 편이고, 해풍까지 곁들여져 다른 지역보다 봄동의 맛과 향이 뛰어나다. 해방 직후 국내 종자 자립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우장춘 박사가 1954년 진도에서 무와 배추의 원종을 생산하는 데 성공한 것도 이런 자연적 입지와 무관치 않다.

국과 전으로 요리해 먹기도 하지만, 봄동 하면 역시 겉절이가 으뜸이다. 봄동 겉절이 하나면 다른 반찬 없이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는 진도 사람들이다. 김장배추만 먹는 겨울에 신선한 배추를 찾는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다. 겉절이는 간을 너무 세게 할 필요가 없다고 진도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야 봄동의 향이 묻어나 제 맛을 느낄 수 있어서다. 칼슘과 칼륨, 베타카로틴 함량이 높은 봄동은 면역력이 약해지기 쉬운 겨울 끝 봄 초입에 제격이다. 김씨는 “성인 양쪽 손바닥을 합친 넓이보다 약간 큰 크기의 봄동이 겉절이와 우거지국 용으로는 최고”라고 귀띔했다.

지난달 25일 전남 진도군의 봄동 밭에서 김민국(오른쪽 두 번째)씨가 외국인 근로자들과 포장 전 품질을 살피고 있다. 진도= 김성환 기자

지난달 25일 전남 진도군의 봄동 밭에서 김민국(오른쪽 두 번째)씨가 외국인 근로자들과 포장 전 품질을 살피고 있다. 진도= 김성환 기자

진도에선 200여 농가가 100ha 규모의 밭에서 연간 3,000톤의 봄동을 생산한다. 한 해 봄동으로 벌어들이는 소득만 20억 원이다. 진도 특산물 중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올해는 평년보다 기온이 낮아 작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 김씨는 “코로나 때문에 인건비까지 올라 농사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날 김씨 밭에서 수확한 봄동은 서울과 부산, 대구 등 전국 대도시로 곧장 팔려 나갔다.

봄동 수확은 보통 밑동 자르기와 전잎 자르기, 박스 포장 순으로 이어진다. 이날 밭에선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지만, 나이 지긋한 진도 토박이 노인들도 눈에 띄었다. 봄동 대량 재배도 알고 보면 노인들의 소규모 경작에서 시작됐다는 게 김씨 설명이다.

최근 봄동이 진도의 대표 특산물 자리를 꿰차고 있지만, 진도는 대파 생산량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대파보다 손이 덜 가는 게 봄동이라, 텃밭에서 소규모로 재배하던 게 수요가 많아지면서 대량 생산으로 이어졌다.

진도 봄동은 ‘진도아리랑몰' (http://jindoarirangmall.com)이라는 군의 공식 농수산물 구매 사이트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 사이트를 통해 구입하면 신청 다음 날 수확한 파릇파릇한 봄동을 바로 집 앞까지 배달해 준다. 향긋한 제철 봄동을 맛볼 시간도 어느 새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전남 진도의 한 밭에서 수확 후 상자에 담긴 봄동. 진도=김성환 기자

지난달 25일 전남 진도의 한 밭에서 수확 후 상자에 담긴 봄동. 진도=김성환 기자


진도= 김성환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