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한복 논란에..."우리 동포 조선족은 입으면 안 되나"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한복은 우리 동포인 조선족 전통의상이기도"
"중국 문화 동북공정과 이번 사안 별개로 봐야"

4일 중국 베이징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오성홍기를 든 소수민족 중 하나로 표현됐다. 뉴스1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 입은 여성이 등장한 장면이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시도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중국 내 동포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 장면을 동북공정과 별개 사안으로 보고 외교적‧정치적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올림픽 한복 논란, 중국 동포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주장했다.

정치권으로 번진 한복 논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페이스북

4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흰색 저고리에 분홍색 치마를 입고 댕기머리를 한 소수민족 소녀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소시민들의 국기 전달'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프로그램에서 중국 56개 민족 대표 가운데 한 명이 한복을 입고 등장했다. 중국이 한복을 '한푸(汉服)'라고 부르며 한족의 전통 의상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이 장면이 연출돼, '문화 동북공정 시도의 일환이 아니냐'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한복을 입고 개막식에 참석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공식 항의) 필요까지는 현재 생각 안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선 후보들도 개막식 한복 장면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를 '문화 동북공정'으로 정의하며 "축제가 열리는 시기이긴 한데 이 축제의 시간을 문화공정의 시간으로 삼지 않는가 하는 일각의 우려를 중국 정부는 답해야 할 것"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페이스북에 "문화를 탐하지 말라. 문화공정 반대"라고 쓰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페이스북에 "한복은 대한민국 문화"라며 "중국 당국에 말한다. 한푸가 아니라 한복이다"라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문화공정 논란에 대한 기자단의 질문에 "고구려와 발해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럽고 찬란한 역사"라며 "(고구려와 발해 역사는) 남의 것이 아니다"라고 에둘러 유감을 표현했다.

"중국 소수민족에서 조선족 빼는 게 바람직하냐"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그러나 강 대표는 "이번 논란만큼은 역사왜곡보다 중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우리 동포 입장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중국 국적을 갖고 중국 영토 내에서 살아가는 우리 동포들이 엄연히 존재한다. 한복은 우리의 것일 뿐만 아니라 동포들의 것이기도 하며, 중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조선족 동포 역시 자신들의 문화와 의복을 국가로부터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중국의 다양한 민족의상 중에 한복만 제외되었더라면, 중국에서 살아가는 동포들의 입장에서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겠냐"라는 지적이다.

강 대표는 "대한민국도 점차 이주사회로 변모해가고 있다. (...) 우리나라에서 주최하는 행사에서도 국내의 다양한 민족 문화가 표현될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정치권은 중국에 항의할 시간에 국내 만연한 중국동포 이주민 혐오부터 개선하라는 지적이다.

강 대표는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꺼낸 '외국인 건강보험 숟가락론'을 감안해 "정치권은 이른바 조선족 혐오를 부추기는 외국인 건강보험 논란을 일으키지 않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주민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없애고 동등한 시민으로서 대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 지금 대선 후보들이 해야 하는 더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한복 장면을 지켜본 뒤 "한국은 (중국) 바로 옆에 세계 10위권 큰 나라인데 경제 대국 한국을 소수민족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맞받아친 황희 문체부 장관에 대해서도 "소수민족이라는 용어는 한 국가 내에서 숫자가 적은 민족집단"이라고 꼬집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