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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을 향한 예찬

입력
2022.02.05 04:30
22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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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다’와 ‘작다’는 모두 크기를 그려내는 말이다. 그런데 이 둘을 함께 말할 때 우리는 ‘크기, 키’라고 한다. ‘넓다’와 ‘좁다’ 중에서도 기준은 ‘넓다’이고, ‘무겁다’와 ‘가볍다’ 중에서 기준이 되는 것은 ‘무겁다’이다. ‘키, 넓이, 무게’는 각각 ‘크다, 넓다, 무겁다’를 기준점으로 생성된 말이다. 사실 크기를 잘 말하려면 ‘크다’와 ‘작다’ 두 말이 다 필요한데도 우리는 ‘크다’에 주목한다. 크고 넓은 것을 우성으로 보는 사회적 관념이 반영된 것이다. 작은 것을 말할 때에도 ‘크기’라는 표현 말고는 쓸 말이 없으니 ‘작은 것’의 처지에서는 아주 억울할 일이다.

그럼에도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작은 것을 응원하는 우리말이 많다. 재주가 뛰어나고 야무진 것은 몸집의 크기와 상관이 없다면서 ‘작은 고추가 더 맵다’라고 한다. 또 ‘개미 한 마리 찾아볼 수 없다’라고 하지만, 개미를 업신여기기보다는 만만하게 보지 말라는 말이 더 많다. ‘개미 금탑 모으듯’, ‘개미 메 나르듯’은 재물을 알뜰히 모아 감을 빗대는 말이다. 보잘것없고 힘이 없는 사람이라도 꾸준히 노력하고 정성을 들여 훌륭한 일을 해낼 때, ‘개미는 작아도 탑을 쌓는다’, ‘개미가 절구통 물고 간다’라고 한다. ‘개미 구멍이 둑을 무너뜨린다’, ‘개미 떼가 용을 잡는다’라는 말은 하찮은 것들도 한데 모여 뭉치면 대단한 상대도 제압할 수 있음을 증언한다. 먼지도 모이면 큰 산이 된다는 ‘티끌 모아 태산’이 있고, 사소한 것이라도 거듭되면 그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도 있다. 작은 체구와 다르게 괴력을 보여 주는 이를 ‘작은 거인’이라 하고, 옛사람들이 알던 한 가장 작았을 ‘겨자씨’에 어마어마한 잠재력이 있다고 말하는 명언도 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니 사람이나 사물을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말은 이렇게도 많다.

2월, 아직 몸집이 자그마한 아이들이 유치원을 졸업한다. 어색한 교복을 맞춰 입을 예비 중학생, 몸이 자라도 아직 마음은 여린 고등학생도 있다. 성인인 대학생도 장차 나갈 사회에서는 미약한 존재들이다. 그러나 어린아이가 곧 제 몸만 한 가방을 메고 초등학교 입학식에 설 것이고, 몸과 마음이 자라 이 사회를 지키는 구성원이 될 것이다. 세상 무엇도 처음부터 큰 것은 없지 않은가? 다른 세상으로 한 발씩 내디딜 ‘작지만 강한 승리자들’을 응원한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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