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전날 '외교 보이콧' 선언...도대체 무슨 일이

입력
2022.02.04 17:00
수정
2022.02.0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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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국경 충돌 부대 사령관 치파바오
성화봉송자 선정하며 '갈완 계곡 영웅'으로 칭송
인도 정부 "중국의 올림픽 정치화 유감"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 인도 선수 1명

1월 4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집행위 본부 주변에서 벨기에 체재 위구르인과 티베트인들이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보이콧을 촉구하고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1월 4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집행위 본부 주변에서 벨기에 체재 위구르인과 티베트인들이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보이콧을 촉구하고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일인 4일을 눈앞에 두고 인도 정부가 '외교 보이콧'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서구 국가처럼 인권 문제가 아니라, 두 나라 사이의 국경을 둘러싼 오랜 신경전이 보이콧을 촉발했다.

아린담 바그지 인도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중국이 올림픽을 정치화한 것은 유감"이라면서 당초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중국 주재 인도 대사대리를 참석시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인도의 국영방송 두르다샨(Doordashan) 역시 개막식과 폐막식을 방송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도가 급작스레 반발한 원인은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송자 중에 중국 국경 사령관을 맡았던 치파바오(祁發寶) 인민해방군 연대장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치 연대장은 2020년 6월에 중국과 인도의 서부 국경에 있는 갈완 계곡에서 양국 부대가 육탄전을 벌였을 당시 부대 지휘관이었다. 치 연대장 자신도 충돌 중 부상을 입었다. 중국 관영언론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그를 가리켜 '갈완 계곡의 영웅'이라며 대대적으로 치켜세우는 보도를 했다.


중국과 인도의 오랜 국경 분쟁


인도-중국 국경 분쟁 현황. 그래픽=김문중 기자

인도-중국 국경 분쟁 현황. 그래픽=김문중 기자

인도와 중국은 3,488㎞에 이르는 긴 국경을 접하고 있지만, 국경선을 정확히 확정하지 못한 채 '실질통제선(LAC)'이라 부르며 현재까지 크고 작은 충돌을 빚어 왔다. ①서부 카슈미르에 접하며 중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악사이친, ②네팔·부탄 사이 인도-중국 접경지대인 시킴,인도가 통제하는 동부 아루나찰프라데시주의 일부 영토 등이 분쟁 대상으로 꼽힌다.

특히 갈완 계곡 육탄전이 벌어진 판공(班公) 호수 일대는 인도 카슈미르주 라다크 지역의 분쟁지로 가장 무력 충돌이 잦은 장소다. 인도와 중국이 이처럼 오래도록 긴장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이라 불리는 대중국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인도를 지목하기도 했다.


인도 국민들 베이징 동계올림픽 관심 많아...유일한 선수는 카슈미르 출신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유일한 인도 선수 아리프 칸. 유튜브 캡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유일한 인도 선수 아리프 칸. 유튜브 캡처

인도 정부의 외교적 보이콧과 관계없이 올림픽에 대한 인도 대중의 관심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에 따르면, 인도 조사 대상 70%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출전 선수가 거의 없어 동계올림픽 불모지에 가까운 곳임에도 관심이 있다는 응답이 높게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입소스는 인도인들이 올림픽은 물론 FIFA 월드컵이나 포뮬러 원 레이싱 등 국제 스포츠 대회에 기본적으로 관심도가 높은 성향이라고 밝혔다.

인도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유일하게 참가한 알파인스키 선수 아리프 칸은 공교롭게도 중국·파키스탄과의 분쟁은 물론 내부 갈등도 극심한 카슈미르 출신 선수다. 칸은 언론 인터뷰에서 "14억 인도인을 혼자 대변하게 된 것이 영광"이라며 "특히 카슈미르 지역민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외교 보이콧을 선언한 국가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덴마크, 네덜란드, 리투아니아 등이다. 일본은 공식 보이콧 선언을 하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외교사절 파견을 자제하겠다는 입장만 보였다. 독일 녹색당 대표로 집권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은 개인 자격으로 베이징올림픽에 참석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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