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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힘든 대체육... "정부가 하루빨리 교통정리 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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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하루빨리 규정을 명확히 해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산업군이 떠오르면서 발생하는 갈등을 신속하게 봉합해야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습니다."
2019년 출시한 '언리미트' 브랜드로 국내 대체육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 김창진 이사는 지난달 25일 답답한 마음을 털어놨다. 올해가 세계적으로 대체육 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기점으로 보이지만 국내 환경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대체육 산업이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이 기회를 놓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지구인컴퍼니 본사에서 만난 김 이사는 대체육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MZ세대를 중심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그 맥락에서 대체육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며 "처음에는 호기심에 일회성으로 접근했다면, 올해부터는 재구매를 통해 대체육이 삶의 한 부분으로 녹아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간헐적 채식' 등으로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면서 대체육 인기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세계적인 'K-푸드' 열풍도 기회다. 언리미트는 지난달부터 미국에서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됐다. 이미 시장을 석권한 미국·유럽의 대체육 브랜드와 구별되는 경쟁력은 '아시아 식문화'다. 김 이사는 "미국은 다짐육(민스패티), 유럽은 소시지 형태 대체육이 보편적인데, 아시아 음식은 대체로 얇게 자른 고기를 굽거나 볶아 채소와 함께 먹는 방식"이라며 "슬라이스 형태 대체육 상품은 최근 K-푸드에 열광하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종합하면 국내외에 대체육 시장 성장의 '판'이 제대로 깔렸다는 거다. 김 이사는 "지난해부터 대기업들도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며 "올해는 대체육 시장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걸림돌은 명칭을 둘러싼 모호함과 이로 인한 축산업계와의 갈등이다. 확실한 규정이 없다 보니 지자체나 정부 기관별로 판단이 다르거나 마케팅 과정에서 마찰을 빚는 일이 허다하다. 대체육 업계가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유다.
김 이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문의했을 때는 '비건(vegan)'이나 '식물성'을 붙이면 '고기'라는 말을 써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정작 지자체는 식품 품목제조보고를 할 때 '제육'이라고 하면 축산업계 민원을 들어 거부한다"면서 "담당자마다, 지자체마다 답변이 다르다"고 했다.
이어 "처음에는 '식물성 고기'라는 명칭을 썼는데, 축산업계 반발로 2년 전 대체육으로 표기를 바꾼 것"이라며 "그런데 이마저 쓰지 말라고 하니 답답하다. 정부의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규정이 명확치 않아 비용도 두 배로 들어간다. 김 이사는 "대체육은 식품 유형이 '곡류가공품' '두류가공품'인데, 정작 마트에 납품할 때는 고기로 취급해 '육가공제조업'에 필요한 대장균 검사까지 모두 하도록 한다"며 "식약처가 명확하게 식품 카테고리를 규정하고 지자체나 유통업체에 전달한다면 불필요한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이사는 새로운 시장이 성장할 준비를 마친 만큼 정부가 어느 정도는 속도를 맞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산업군이 생기면 파이를 빼앗기는 기존 업계와 마찰이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시대 흐름을 읽고 갈등이 더 커지기 전에 조정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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