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 예선이 한창이다. 이란은 개최국 카타르를 제외하고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지난달 27일 이라크를 꺾고 월드컵 본선행을 결정하자 테헤란 밤거리에는 수많은 축구팬들이 몰려와 이란 국기를 흔들고, 축포를 쏘아올렸다. 빈 이란 비핵화 협상을 이끄는 로버트 말리 미국 이란 특사는 1월 2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란의 월드컵 본선행을 축하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이란 여성들의 축구 경기 관람 허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란은 1979년 혁명 이후 여성의 축구장 입장을 불허해 왔지만 2019년 프로축구경기를 몰래 보려다 체포된 여성의 분신 사망 사건이 이슈화되고 나서 여성의 축구장 입장을 제한적으로 허용해 왔다.
이란 여성의 축구 경기 관람 문제를 함께 지적한 로버트 말리 특사의 축하 메시지가 뼈있는 말로 들리는 건 단지 기분 탓일까. 이란 비핵화 8차 협상은 기대반, 우려반 속에서 잠시 휴식기에 돌입했다. 각국 대표단은 모두 빈을 떠나 본국으로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최종적인 정치적 결정을 기다리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따라서 곧 재개될 9차 협상에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수주 내에 조속히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정부는 더 이상 논의를 끌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2018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 이후 이란의 핵능력이 고도화되면서 빠른 시일 내 필요 조치를 해야만 한다는 판단을 갖고 있다. 이란의 농축 우라늄 농도가 60%까지 높아졌고, 핵무기 제조를 위한 핵물질을 한 달 정도면 축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과 이란 간 입장 차이가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상대방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워싱턴은 철저한 검증을 내세우며 이란 핵능력 제거를 위한 신형 원심분리기 해체, 고농축 우라늄 폐기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지속가능한 합의를 보장해 달라고 주문한다. 워싱턴의 검증과 테헤란의 보장은 서로에 대한 낮은 신뢰를 드러냄으로써 비핵화 협상 최종 타결이 왜 난항을 겪어야 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최종 담판에서 미국과 이란 간 직접 협상이 성사될지 여부도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이다. 로버트 말리 특사는 지금의 간접 협상이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란과의 직접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 측 수석 협상자인 알리 바게리 카니 이란 외무부 차관은 "워싱턴과의 직접 협상에 따른 이익이 분명하지 않다"라며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따라서 미국과 이란 협상단이 마주 앉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편, 이란 제재의 여파로 약 70억 달러(8조3,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이란 자금이 한국에 동결되면서 우리 외교부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빈 협상 과정에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1월 최종건 외교부 차관이 빈을 방문하여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의 특별허가서를 교부받아 이란 민간투자자인 디야니가에 대한 배상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한 것은 소기의 성과로 평가된다. 이래저래 이란 핵합의 결과는 우리의 국익에 직결되는 만큼 우리 정부로서는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올해로 수교 6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과 이란 관계는 제재가 해제된다면 협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말 그대로 초읽기에 들어간 협상 결과 발표가 우리에게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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