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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아이디어, 미국은 사고 한국은 베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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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브루클린에 거주 중인 프로그래머 조시 워들(Josh Wardle)은 팬데믹 기간 동안 퍼즐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던 자신의 아내를 위해 간단한 단어 퍼즐 게임을 하나 만들어서 선물했다.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이 퍼즐 게임의 이름은 '워들'(Wordle)이다. 워들은 웹서비스인데, 매일 5개의 알파벳으로 된 단어가 하나씩 주어진다. 플레이어들은 6번의 한정된 기회 동안 다섯 개의 글자로 된 단어를 입력할 수 있다. 워들은 입력된 단어와 정답을 비교하여 힌트를 제공하고, 그 힌트를 이용해서 플레이어는 단어를 알아맞히면 된다.
작년 말에 출시된 워들은 얼마 가지 않아 바이럴을 타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일단 퍼즐 자체가 흥미롭거니와, 매일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똑같은 단 하나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도 거들었다. 그 낭만적인 이야기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제 누가 공대생이 짝에게 센스 없는 선물만 한다는 편견을 품겠는가?
그리고 그 중독자 무리에는 나도 끼어 있다. SNS에 친구들이 워들의 풀이 과정(다섯 개의 네모 상자들로 이루어졌다)을 올리는 것을 보고 무슨 게임을 하나 싶었는데, 처음 실행한 이후 나는 매일 자정만 기다리는 몸이 되었다. 자정마다 문제가 새로 출제되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매일매일의 단어에 대해 성토하는 것도 재밌었고, 못 푼 친구들을 조롱할 때마다 모르핀에 버금가는 쾌락을 느꼈다.
며칠 전 워들이 뉴욕타임스에 인수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뉴욕타임스는 2025년까지 1,000만 명 구독자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웹사이트에서 독자들이 간단히 즐길 만한 게임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워들은 딱 알맞았다. 정확한 인수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다. 워들을 즐기는 사람이 매일마다 수백만 명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조시 워들에게는 행복한 결말이리라.
나는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2021년 성탄절에 나는 '내 트리를 꾸며줘'라는 웹서비스를 아주 즐겁게 이용했다. 이것도 사이드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웹 롤링페이퍼 서비스인데, 다른 사람들의 가상 크리스마스트리에 익명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이 익명 메시지가 하나 늘어날 때마다 트리에는 장식물도 늘어난다. 롤링페이퍼는 성탄절이 되어서야 열어볼 수 있었다.
성탄절이 되어서야 편지를 열어볼 수 있다는 그 적절한 제한과 트리 꾸미기의 즐거움 때문에 그 서비스는 한국 SNS에서 바이럴을 타고 흥행했다. 공식 페이지에 따르면 가입자들만 해도 25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생각지도 못한 흥행 덕에 개발자들이 꽤 고생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냥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이트 취약점을 파헤쳐서 디도스 공격을 가한 청소년 해커들의 이야기도 들었지만 그건 지금 할 얘기가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얼마 전에 한 대기업에서 그 서비스를 거의 그대로 카피했다는 것이다. 달라진 건 성탄절 트리를 꾸미는 것이 아니라, 익명의 메시지가 복주머니에 담겨 있었다는 것 정도였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항의한 덕분에 그 카피 서비스는 빠르게 내려갔다. 그러나 비슷하게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했고 바이럴로 흥행한 워들이 뉴욕타임스에 인수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기억이 되살아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문득 나는 정말 한국에 살고 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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