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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하듯 "부동산 세금 깎아줄게"… 표에만 몰두하는 '오십보백보'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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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운영의 근간인 세금 가운데 특히 부동산 관련 세제는 부동산 정책 기조를 가늠할 키로 작용한다. 정부가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와 거래세(양도소득세, 취득세) 중 어떤 세금을 높이느냐가 시장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주요 대선 후보의 부동산 세제 공약에선 부동산 시장에 대한 뚜렷한 철학을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당장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공약만 내놓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정책을 보면 단기적으로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 거래세를 낮춘다는 방향은 유사하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한 것이 분명하다”며 거래세 완화 공약을 내놓았다. 우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연말까지 완화해 이들이 집을 팔도록 유도한다. 첫 4개월은 양도세 중과를 면제하고, 이후 3개월은 50%, 이후 3개월은 25% 깎아주는 식으로 매매 시기에 따라 혜택을 차등화하는 방식이다.
이 후보는 생애최초 주택 취득자에 한해 취득세 50%를 인하하는 주택의 기준을 수도권 4억 원 이하에서 6억 원 이하로 확대하고, 취득세 최고세율 부과 기준도 양도소득세처럼 12억 원으로 높이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다주택자 중과세 적용을 2년간 배제해 주택 매물을 유도하고, 현재 1~3%인 1주택자 취득세도 단일화해 부담을 낮출 계획이다.
두 후보의 정책 모두 보유세와 거래세를 함께 강화한 문재인 정부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종부세 고지서 발송 이후 급냉각된 시장 분위기를 의식한 것이다.
하지만 두 후보의 공약이 문재인 정부 정책 실패로 나타난 현상 개선에만 집중하다 보니, 부동산 시장 자체에 대한 두 후보의 철학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법이 아닌, 증상 완화를 위한 대증요법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두 후보 모두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보다, 시장을 안정시키면서 적절하게 과세할 방안을 모색한 것에 가깝다”며 “현 정부의 무리한 과세에 대한 문제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명재 홍익대 교수는 “두 후보 부동산 공약도 다른 선심성 공약과 비슷하게, 현 정부 실패에 대한 땜질식 정책 위주"라며 “누가 당선되든 선거 과정에서 남발한 공약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보유세에 대해 이 후보는 강화를, 윤 후보는 완화를 주장한다.
이 후보의 대표 보유세 공약은 ‘국토보유세’다. 국토보유세를 통해 현재 0.17% 수준인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1% 수준으로 높이고, 이를 기본소득(토지이익배당)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다만 신설 세목인데다 사실상 실효세율을 대폭 높이는 ‘증세’인 만큼 강한 조세저항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이 후보 스스로도 당초 “전 국민의 90%가 수혜를 보는 정책”이라며 강행 의사를 보였지만, 이후 “국민 동의를 전제로 추진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상위 2%에만 부과하는 종부세에도 반대가 극심한데, 50조 원이나 되는 대형 세목을 한번에 도입한다는 것은 무리수”라며 “소수의 세금을 다수에게 분배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할 상황도 아니고, 사회적 합의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유세 완화를 주장하는 윤 후보는 ‘종부세 폐지’ 공약을 내걸었다. 국세인 종부세를 지방세인 재산세와 통합해 종부세 폐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한다. 재산세는 토지나 건물 같은 물건에 과세되는 반면 종부세는 보유자에 매겨지는 인별 과세여서다. 종부세는 국세로 거둔 뒤 각 지역 ‘균형발전’ 목적으로 배분하는데, 지방세인 재산세와 더할 경우 부동산가격이 비싼 서울, 경기 등에만 세금이 쏠릴 우려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사실상 보유세 부담을 낮추겠다는 얘기”라며 “지방세와 국세를 통합하는 것인데, 세목 통합 자체도 쉽지 않고 지자체 반발도 커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안철수 두 후보의 부동산 관련 공약은 이재명, 윤석열 후보에 비해 구체적이지 않다. 다만 심 후보는 보유세를 더 높이자는 입장, 안 후보는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낮추자는 이·윤 후보와 비슷한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심 후보는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과세 기준액을 다시 9억 원으로 낮추고, 임대사업자의 임대주택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합산 배제’도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공시가격도 정해진 로드맵대로 시세의 90%까지 높일 계획이다.
여기에 ‘토지초과이득세’ 도입도 주장한다. 특정 목적 없이 토지를 소유할 경우 지가 상승분의 50%를 중과세해 공공이 환수한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아직 구체적인 부동산 세제 관련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삼프로TV 등 인터뷰를 통해 “보유세가 높고 거래세가 낮은 방향이어야 한다.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낮춰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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