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또다시 사과했지만... 초대형 악재 된 '배우자 리스크'

입력
2022.02.03 19:5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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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씨 사과 하루 만에 이 후보 직접 사과
"감사로 진상 밝혀달라... 문제 시 책임질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인 김혜경씨와 함께 설 명절인 1일 경북 안동시 안동 김씨 화수회를 방문,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인 김혜경씨와 함께 설 명절인 1일 경북 안동시 안동 김씨 화수회를 방문,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배우자 김혜경씨의 '과잉 의전' 논란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후보의 경기지사 시절 전 도청 총무과 소속 사무관 배모 씨가 김씨의 약 대리 처방·수령, 음식 배달 등 부당한 지시를 했다는 전 도청 소속 별정직 비서 A씨의 주장에 이어 김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로 소고기, 초밥 구입 등 유용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다. 첫 보도가 나온 지 6일 만에 이 후보가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12월 이 후보 장남의 도박 의혹이 불거졌을 때처럼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다만 이번 의혹들은 이 후보가 강점으로 내세운 '청렴한 공직자' 이미지에 치명타인 데다 일반 국민 사이에서 인화성이 큰 소재들이다. 민주당이 그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처가 리스크'에 대한 파상공세를 해온 점도 이번 의혹이 이 후보에게 부메랑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이 후보의 '배우자 리스크'는 초대형 악재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심려 끼쳐 죄송"... 사적 심부름엔 '직원 일탈' 선 그어

지난달 28일 첫 보도된 김씨의 '황제 의전'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A씨는 언론을 통해 배씨가 자신에게 김씨의 사적 심부름 등 부당한 지시를 해왔다고 폭로했다.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을 제기하면서 법인카드 사용이 금지된 시간대를 피하려고 A씨의 개인카드로 결제하고 이를 취소한 뒤 법인카드로 재결제하는 편법을 동원했다고 소개하는 등 이날도 유사한 추가 의혹이 이어졌다.

이 후보는 "지사로서 직원의 부당행위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지 못했고, 저의 배우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감지하고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직원의 일탈'을 미처 몰랐고,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인정한다는 취지였다.

이 후보는 사적 심부름 의혹에는 자신과 김씨는 모르는 배씨의 '개인 일탈'로 규정했다. 다만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는 "보도된 내용을 포함해 지사 재임 시절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이 있었는지를 감사기관에서 철저히 감사해 진상을 밝혀주기 바란다"며 "문제가 드러날 경우 규정에 따라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공직 청렴성'에 치명타... 내로남불 수렁 빠지나

이 후보가 진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김씨가 전날 "모든 것이 제 불찰"이라고 사과했음에도 논란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이날 첫 TV토론에서 김씨 의혹에 대한 파상공세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선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형수 욕설과 아들 도박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이 후보는 선제적인 사과를 통해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사과가 반복되면서 효과는 반감하고 있다. 아울러 이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공직 비위에 대한 일벌백계를 강조해온 만큼 이번 일은 '내로남불'로 인식될 수 있다. 이 후보를 포함한 민주당 선대위는 윤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와 장모 관련 의혹에 대해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리스크'라 칭하면서 상대적인 비교우위를 강조해온 터다. 이번 의혹으로 윤 후보를 겨냥해 배우자 리스크를 입에 올리기 민망한 상황이 됐다.

선대위 내에선 이 후보와 김씨의 늑장 사과가 여론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평소 '잘못한 것이 있으면 깨끗하게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것과 달리 이번엔 대응이 늦어지면서 불신을 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장남의 도박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엔 이튿날 곧바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후보 측은 관리자로서 도의적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직접 관여하지 않은 만큼 야권의 공세에 차분히 맞서며 여론을 수습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초 이날부터 호남을 방문하려던 계획을 취소한 김씨도 당분간 공개 활동에는 나서지 않을 방침이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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