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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뎌진 코로나 검사, 영하 8도에 4시간 대기… 동네 병원은 "준비 안 됐다"

입력
2022.02.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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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신속항원검사' 첫날… 검사에 수시간 소요
검사 이원화 불구 PCR검사 전용 체제 그대로
'검사 가능 병의원' 명단 정오에야… 일부 "오늘 안 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항원검사와 PCR검사로 검사를 이원화하는 체계가 본격 시작된 3일 서울 영등포구 성애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만 60세 이상 고령자, 의료기관 내 의사 소견이 있거나 역학적 연관이 있는 경우 기존 PCR검사를 받는다. 서재훈 기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항원검사와 PCR검사로 검사를 이원화하는 체계가 본격 시작된 3일 서울 영등포구 성애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만 60세 이상 고령자, 의료기관 내 의사 소견이 있거나 역학적 연관이 있는 경우 기존 PCR검사를 받는다. 서재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방식이 '선(先)신속항원검사 후(後)PCR검사'로 이원화된 첫날인 3일, 서울 시내 진료 현장은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여전히 유전자증폭(PCR)검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선별진료소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대폭 늘어난 검사 대기 인원을 감당하기 버거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동네 병원에서도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공언했지만, 검사 가능 병원 명단은 정오가 다 돼서야 공개됐고 그나마도 일부 기관은 준비가 덜 됐다며 시민들을 돌려보내기도 했다.

신속항원검사받으려 영하 8도에 4시간 대기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성애병원의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소 앞 '오전 검사 마감' 팻말 앞에서 시민들이 오후 검사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원다라 기자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성애병원의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소 앞 '오전 검사 마감' 팻말 앞에서 시민들이 오후 검사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원다라 기자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성애병원 선별진료소에서 만난 건설 현장 종사자 정운경(73)씨는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오전 8시 30분부터 영하 8도의 강추위에 병원 앞 대기줄에 5시간 가까이 서 있어야 했다. 정씨는 "회사에서 '출근하려면 음성확인서를 받아 오라'고 해서 검사를 받으러 왔다"면서 "일찍 오면 빨리 받고 갈 수 있었던 PCR검사 때만 생각하고 나왔는데 이 추운 날씨에 4시간 넘게 기다려야 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같은 병원에서 만난 정모(52)씨도 "회사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며 출근할 때 음성확인서를 꼭 가져오라고 해서 오전 10시부터 기다렸는데 이 속도라면 오늘은 아예 출근이 불가능할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검사 속도가 더딘 것은 진단체계 이원화에도 진료소들이 기존 PCR검사 때의 인력 및 운용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선별진료소 관계자는 "신속항원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30분씩 기다리도록 하면서 대기줄이 길어지고 있다"며 "어제는 오후 1시까지 980명이 PCR검사를 받았는데 오늘은 오전 내내 110명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전체 검사 인원이 줄어 확진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 진료소에서 만난 A씨는 "내일 입원하는 아이를 간호하기 위해 음성확인서를 받으러 왔는데 오늘 검사가 어려울 수 있다고 해서 답답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정부 믿고 찾은 동네 병의원은 "준비 안 됐다"

3일 오후 대구의 한 병원 선별진료소 앞에 신속항원검사 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동네 병의원과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도 코로나19 검사 진료에 참여한다고 발표했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지급받지 못해 시민들이 발길을 돌리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뉴스1

3일 오후 대구의 한 병원 선별진료소 앞에 신속항원검사 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동네 병의원과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도 코로나19 검사 진료에 참여한다고 발표했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지급받지 못해 시민들이 발길을 돌리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뉴스1

보건복지부는 이날부터 전국 호흡기 전담 클리닉 391곳에 더해 동네 병의원 343곳에서도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오후 공개된 명단에 따르면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한 동네 병의원은 전국 181곳, 서울 시내는 9곳뿐이었다.

그나마도 복지부 발표 명단을 보고 병원을 찾았다가 '준비가 아직 안 됐다'는 안내를 받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일도 있었다. 마포구 소재 병원 관계자는 검사 가능 여부를 문의하자 "준비가 아직 안 됐는데 리스트에 올랐다고 해서 우왕좌왕하는 상황"이라며 "오늘은 음성확인서 발급이 어려워 (검사가) 힘들 것 같고 내일부터 시작할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신속항원검사를 시작한 병원들도 인력 및 공간 부족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일반 진료 대기 환자와 같은 공간에 코로나 검사 대기 환자를 둬야 한다"며 "(의료진도) 보호장구도 부스도 없이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다리다 못해 유료 진료소를 찾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구로구 고대구로병원에서 만난 B씨는 "회사 같은 팀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데 오래 기다릴 수 없어 유료 검사라도 받으러 왔다"며 "정부가 신속항원검사 결과를 인정하기로 했다면 자가검사키트의 음성 확인도 인정해야 할 것 아니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고대구로병원의 코로나19 검사 비용은 밀접접촉자 또는 유증상자의 경우 3만6,000원, 일반 검사자는 12만 원 선이다.

약국 자가검사 키트 동나… "개인 온라인 거래는 불법"

자가검사키트 품귀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마포구 소재 약국은 "설 연휴에 문을 연 사이 검사키트가 모두 판매됐다"면서 "일단 50개 정도 주문을 넣어둔 상태지만 언제 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검사키트 재고가 있는 약국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일부 상거래 사이트엔 웃돈을 얹어 검사키트를 판매하는 글이 올라와 불법 논란을 낳고 있다. 국내 대형 물품거래 커뮤니티 '중고나라' 관계자는 "코로나19 검사키트는 의료기기로 개인이 쓰고 남은 것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확인된 글들은 삭제 조치하고 있고, 팔면 안 된다는 안내 공지도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선에선 서울 시내 보건소에 지급된 신속항원키트 초도 물량 1만3,000개가 떨어질 경우 검사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초도 물량을 다 사용할 경우 키트 공급업체와 지자체 교부금 예산으로 계약을 맺고 구입해야 하는데, 업체들에 따르면 '오늘 계약을 해도 빨라야 14일에야 추가 물량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우려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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