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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혐오 정치

입력
2022.02.03 18:00
수정
2022.02.03 18:2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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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국민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캡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국민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캡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1976년 대선 경선 때 복지제도 문제를 지적하며 일은 안 하고 캐딜락을 모는 흑인 여성 ‘복지 여왕’을 반복해 거론했다. 언론에 보도된 린다 테일러를 가리킨다. 가명으로 받은 복지수당, 절도, 보험 사기, 이중 결혼, 유아 납치 등 혐의가 제기된 그는 8,000달러 부정 수급과 위증이 인정돼 징역을 살았다. 한 범죄자 사례를 레이건은 복지 축소의 이유로 이용했다. 그는 1986년 “복지제도가 노동 의욕을 떨어뜨리고 가족을 붕괴시켰다”고 단언하기에 이른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근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33억 원 건보 급여를 받고 10%만 부담한 중국인 사례를 들었다. “외국인 건보 급여 상위 10명 중 8명이 중국인” “숟가락 얹기”라며 중국인 혐오를 부추겼다. 비판이 일자 “과도한 피부양자 혜택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렇다면 중국인을 지목하거나 “우리 국민이 느끼는 불공정과 허탈감”을 언급할 필요가 없었다. 외국인 건보 재정이 지난 4년간 1조5,000억여 원 흑자를 낸 현실은 무시한 채 말이다.

□ 국민의힘은 2030세대의 반중 감정을 자극해 표를 얻으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상대 후보의 기후변화 대비 공약인 태양광 그늘막 설치조차 “중국 업체를 위한 공약”이라고 엉뚱하게 공격했다. 1월 발표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는 일본, 북한에 이어 3번째였고 비호감 점수를 준 20대(67.3%)와 30대(59.5%) 비율은 평균(53.8%)을 크게 웃돌았다. 반중 정서를 자극하는 것이 2030 결집에 도움이 된다는 약삭빠른 계산이 나왔을 법하다.

□ 보수 야당의 혐오 정치 질주가 걱정스럽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배운 행태가 아닐까 싶어 씁쓸함을 더한다.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의 무역 보복으로 반일 감정이 치솟았을 때 정부와 여당은 “극일”을 외쳐 지지층 결집 효과를 십분 누렸다. 이제 외국인·노동자·여성·소수자를 향한 국민의힘의 혐오 전략은 노골적이고 전격적이다. 불신과 갈등, 혐오를 선동한 이득은 일부 정치인이 보겠지만 그 피해는 누구나 입을 수 있다.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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