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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이·연포탕·호롱이... 낙지의 맛 따라 무안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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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의 겨울은 상대적으로 따뜻하다. 청정 갯벌에서 잡은 세발낙지에 어머니의 손맛과 훈훈한 인정이 더해져 입맛을 돋운다. 무안에도 기차역이 있지만 KTX는 서지 않는다. 서울 용산역에서 무안역까지 직통 열차는 하루 3회 무궁화호가 전부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해도 농어촌버스로는 사실상 여행이 어렵다. 고속열차로 광주송정역이나 목포역까지 가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세발낙지는 발이 세 개여서가 아니라 가늘어서 붙은 이름이다. 알다시피 실제 낙지의 다리는 8개다. 갯벌에서 다양한 영양분을 섭취한 낙지는 일하다가 쓰러진 소를 일으킨다고 할 만큼 원기를 북돋아 주는 해산물로 알려져 있다. 피로 회복에 맛까지 좋으니 사시사철 사랑받는 식재료다. 현지에서는 ‘바다의 산삼’ 혹은 ‘노다지’라 불렀다. 갯벌 깊이 살아가므로 잡기가 수월치 않아 계절에 따라 가격 차이가 심하다는 점은 아쉽다.
무안 세발낙지는 갯벌을 돌아다니며 작은 게인 능쟁이와 갯지렁이, 조개, 망둥이를 먹고 자란다. 깊은 바다에서 통발로 잡는 낙지와는 다르게 매끄럽고 빛깔이 곱다. 운남·망운·청계·현경면 일대의 광활한 갯벌에서 잡힌 낙지는 주로 무안 읍내에서 유통되고 소비된다. 50여 년 전부터 낙지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모여 무안 낙지골목(무안 뻘낙지거리)이 형성됐는데, 현재 20여 개 식당이 성업 중이다.
뻘낙지거리가 유명해진 데는 다양한 요리법이 한몫하고 있다. 이곳 식당에서는 산낙지를 비롯해 낙지초무침, 연포탕, 갈낙탕, 낙지비빔밥, 낙지죽, 낙지호롱이, 탕탕낙지, 기절낙지 등 다양한 낙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주문을 하면 수족관에서 낙지를 잡아 올리는데, 싱싱함을 증명하듯 그릇에서 탈출하기가 다반사다. 무안 뻘낙지거리는 곡성 압록 참게 은어거리, 광양 숯불구이 특화거리와 함께 전라남도가 2월의 추천 관광지로 선정한 곳이다.
탕탕이(낙지회)는 산낙지를 참기름이나 마늘을 다진 소금에 찍어 먹는 식이다. 꼬물거리는 낙지다리를 씹을 때 입 안에 착 감기는 쫄깃한 식감이 오묘하다. 보드라운 낙지 살과 구수한 국물이 어우러진 연포탕, 나무젓가락에 통째로 감아 한입에 씹어 삼키는 호롱이와 함께 낙지 요리 삼총사다. 세 가지 요리를 한 번에 맛보려면 세트요리를 주문해야 한다.
무안은 군 단위 농어촌지만 구석구석 볼만한 예술전시관이 자리 잡고 있다. 영산강 하구 일로읍에 '못난이미술관'이 있다. 흔히 예술의 본질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못난이미술관은 아름답지 못한 것이 있어서 그 아름다움이 돋보인다고 여기는 데서 출발한다.
뚱뚱한 몸매에 찢어진 눈, 낮은 코, 곱슬머리를 지닌 못난이가 김판삼 작가의 손을 빌어 작품으로 승화됐다. 추레하고 한없이 못 생겨 보여도 자녀를 위해 희생했던 어머니를 표현한 못난이는 관람객에게 따스한 미소를 선사한다.
미술관은 현재진행형이다. 쓰다 남은 건축 자재나 기부 받은 나무 등이 재치 넘치는 작품으로 탄생한다. ‘정의의 이름으로’ ‘마릴린먼놈’ ‘파랑새를 찾아서’ ‘사랑이 꽃피는 나무’ ‘웬수지간’ ‘누구냐 넌?’ 등 개성 만점 작품명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조형물에 관람객의 웃음이 터진다. 야외에는 ‘홀인원’ ‘출항’ ‘못가’ ‘하면된다’ 등 6점의 대형 작품이 자리 잡고 있다. 그네타기 명소 ‘우주여행’ 조형물 주변으로 걷기 좋은 산책 코스를 조성해 놓았고, 무인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바다와 가까우면서도 산골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삼향읍 왕산리에는 오승우미술관이 있다. 오승우 화백은 자연에서 느낀 감동을 야수처럼 거친 기법으로 표현한 원로 작가다. 미술관은 ‘십장생도' 연작 60여 점, '한국의 산' 시리즈, '동양의 근원' 연작 등 작가가 30년 동안 보관해 왔던 작품 179점과 미술 관련 서적 500권, 화구 300여 점을 무안군에 기증해 설립됐다.
1전시실은 오 화백의 초기부터 근래까지의 작품을 십장생도(2000년대), 풍경 소회로 나눠 전시하고 있다. 인간의 지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색채를 감동·인상·기억으로 해석해 표현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2,3전시실은 이이남 작가와 정정주 작가의 미디어아트를 전시 중이다.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 디지털 신체의 잠재성과 초월성‘을 주제로 한 전시가 2월 13일까지 열린다.
영산강과 가까운 몽탄면에는 전통 차 사발을 형상화한 분청사기명장전시관이 있다. 대한민국 도예명장 제459호 김옥수 작가의 작품과 분청사기 유물을 전시한 공간이다. 현재 흙과 불과 사람의 만남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삼국시대부터 이어진 무안 분청사기의 역사와 도요지 분포, 분청사기의 제작 기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 준다. 김옥수 명장의 분청조화산수문병, 분청박지운용문특대병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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