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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개전 버튼에 발목 잡힌 올림픽, 시진핑과 브로맨스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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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중국의 고민은 △티베트·신장 테러 위협 △고질적 교통난 △대기오염이었다. 국내 상황 관리가 관건이었다. 2022년 다시 올림픽을 치르지만 여건은 되레 악화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 △외교적 보이콧 △코로나19의 3가지 악재가 겹쳤다. 베이징은 사상 처음으로 여름에 이어 겨울올림픽을 맞이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2013년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은 38차례에 달한다. 양 정상은 미국 패권에 맞서 최강의 ‘브로맨스’를 뽐내왔다. 하지만 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커지면서 균열이 생겼다. 중국의 올 상반기 최대 이벤트에 러시아가 재를 뿌릴 참이다. 지구촌 평화의 축제가 일촉즉발 전쟁 위기에 발목이 잡혔다.
러시아는 유엔 총회가 채택한 ‘휴전 결의’를 지지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나고 일주일 후인 3월 20일까지 전쟁을 중단하는 내용을 담았다. 병력을 이미 집결시킨 러시아에 너무 긴 시간이다. 무엇보다 푸틴 대통령의 ‘늦은 결단’은 약발이 떨어진다. 3월 하순 우크라이나의 얼어붙은 땅이 녹아 진흙으로 변하면 러시아 전차가 진격하기 수월치 않다.
그렇다고 서둘러 개전 버튼을 누르기도 민망하다. 2008년 8월 베이징올림픽 개막 당일 러시아가 조지아와 남오세티야 전쟁을 시작하면서 중국은 뒤통수를 맞았다. 이번에도 개막식에 참석하는 푸틴 대통령은 14년 전과 같은 경기장에서 행사를 지켜볼 예정이다. CNN은 2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설령 전쟁을 결심했더라도 러시아 군대를 며칠간 대기하게 할 것”이라며 “형제라 부르는 시 주석을 위한 최소한의 성의”라고 전망했다.
‘전쟁이냐 아니냐’로 갈린 듯하지만 양 정상의 상황인식은 별반 다르지 않다. 자유ㆍ인권에 대한 갈망과 민주주의 공세를 차단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서구와 결속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는 건 중국도 반대한다. 지난해 12월 화상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를, 푸틴 대통령은 대만 문제를 각각 러시아와 중국의 ‘내정’으로 규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대만과 통일을 꾀하는 중국에게 선례가 될 수 있다.
올림픽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초대형 이벤트다. 시 주석의 권력 장악과 중국 체제의 우월함을 전 세계에 과시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관건은 푸틴 대통령이 얼마나 시 주석을 배려할지에 달렸다. 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올림픽 기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쳐들어간다면 시 주석을 격노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미 정부는 이미 전쟁 임박 경고등을 켰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달 23일 “(올림픽이 푸틴 대통령의 계산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러시아는 이익에 기반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흘 뒤 웬디 셔먼 부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2월 중순 이전에 군사력을 사용할 조짐이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우호관계를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어떻게든 개전 시점을 늦추기 위해서다. 시 주석이 참석한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예로 들었다. 신화통신은 3일 “해외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중국 최고지도자가 참석한 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CCTV는 “스포츠 정치화에 반대하며 최고수준의 올림픽을 확신한다”는 푸틴 대통령과 인터뷰를 비중 있게 전했다.
중국은 러시아가 이번 대회에 500여 명의 초대형 대표단을 파견한 점도 강조했다. 장한후이 주러 중국대사는 “푸틴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은 올림픽 성공 개최를 더욱 눈부시게 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중국신원왕은 “소치에서 베이징까지 동계올림픽을 넘나드는 양국 정상의 약속이 관계 증진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러시아를 띄웠다. 두 정상은 4일 올림픽 개막 직전 베이징에서 대면 정상회담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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