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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北 도발 대응 채널 장관급 격상... "대화와 외교" 해법은 그대로, 왜?

입력
2022.02.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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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급 접촉 늘었지만 원칙 계속 유지
'新냉전'까지 겹쳐 현상유지에 중점
한반도 정세 변화 차기 정부 몫으로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제9차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가 끝난 뒤 최종건(왼쪽부터) 외교부 1차관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제9차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가 끝난 뒤 최종건(왼쪽부터) 외교부 1차관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북한의 도발 수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레드라인(금지선)’ 문턱에 다다랐지만, 한미일의 대응 기조는 요지부동이다. 북한의 무력시위 강도에 비례해 협의의 격은 올리되, ‘외교와 대화’라는 해법의 결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안팎에선 미중ㆍ미러 갈등으로 대표되는 ‘신(新)냉전’ 기류가 뚜렷해지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말까지는 이런 대치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면 전환의 몫은 차기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대화·외교 통한 해결" 되뇌는 한미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3일 통화에서 한반도 문제 대책으로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 정 장관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과도 대화 재개에 방점을 찍고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역시 이날 열린 상임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대화 제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결론 내렸다. 미사일 발사에 대해 규탄은 하지만 북한의 선제적 태도 변화를 기다리겠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한미일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뉘앙스가 다소 다를 순 있지만, ‘대화 촉구’라는 큰 틀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1월 한 달 동안 조금씩 위협 수준을 끌어올린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맞춰 공조 범위를 대폭 확대한 정부의 행보를 감안하면 한결같은 대응 논리는 이례적이기까지 하다. 정부는 미일은 물론, 중국(1월 20일), 러시아(1월 26일)와도 대책을 숙의했다. 또 실무급인 북핵 수석대표뿐 아니라 한미일 외교차관, 한미ㆍ한일 외교장관 협의 등 대북 대응 채널도 최고위급으로 격상됐다.

"北, 레드라인만 안 넘으면 현상유지"

정의용(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며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정의용(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며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잦은 접촉에도 3국의 입장이 좀체 바뀌지 않는 건 우선 북한이 겉으로나마 아직 레드라인을 넘지 않은 탓이다. 미리 북한을 자극해 고강도 도발의 명분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중 갈등에 더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러 갈등도 도드라지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전통적 대결 구도가 재연될 여지도 많아졌다. 이렇게 되면 중러의 지원을 등에 업은 북한이 웬만한 제재 카드에 반응하지 않을뿐더러, 압박 실효성도 크게 떨어지게 된다.

실제 미국 주도로 4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열릴 예정이지만, 이번에도 중러가 반대할 게 뻔해 북한을 옥죌 수 있는 공동성명 도출조차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달 중순 개최가 예상되는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도 상징성 외엔 실질적 압박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상황이 악화하든, 극적 반전을 모색하든 한반도 정세 변화는 새 정부가 들어서는 5월 전후로 미뤄질 확률이 높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 이후, 특히 김일성 생일(4월 15일)이 끼어 있는 4월에 북한이 ‘모라토리엄(유예)’의 족쇄를 풀 것이란 경고음이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입장은 다르지만 미국, 중국, 러시아 모두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발사만 단행하지 않는다면 ‘현상유지’를 택할 것”이라며 “현 정부에서는 외교력을 발휘할 공간이 거의 없는 만큼 상황 관리가 최선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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