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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농부의 딸기·수해 입은 감자가 빵으로...SPC의 '행복상생'

입력
2022.02.06 10: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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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 처한 농가 농산물 제품 개발·판로 확대
친환경 포장재 개발부터 일회용품 줄이기까지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청년농부 박태준씨가 충남 논산시에서 직접 재배한 비타베리 품종 딸기를 살펴보고 있다. SPC는 박씨를 비롯해 청년농부들이 재배한 비타베리를 활용한 신제품을 개발하고, 딸기 80톤을 수매해 농가에 판로를 지원하고 있다. SPC 제공

청년농부 박태준씨가 충남 논산시에서 직접 재배한 비타베리 품종 딸기를 살펴보고 있다. SPC는 박씨를 비롯해 청년농부들이 재배한 비타베리를 활용한 신제품을 개발하고, 딸기 80톤을 수매해 농가에 판로를 지원하고 있다. SPC 제공

딸기가 마냥 좋았던 청년 농부 박태준(26)씨는 새로운 딸기 품종 '비타베리'로 지난해 9월 첫 스마트팜 농사를 시작했다. 기존 딸기 품종보다 단단한데 향과 당도, 비타민C 함유량이 모두 높아 첫 수확에 대한 기대는 꽤 컸다. 그러나 처음 뛰어든 농사는 녹록지 않았다. 늦가을 유행한 탄저병에 심어둔 모종의 3분의 1이 죽어나갔고 소비자들에게 익숙지 않은 비타베리를 홍보하는 일도 막막했다. 불안감에 밤잠을 못 이루기 일쑤였다.

답답하기만 했던 지난해 말 논산시를 통해 SPC를 만난 건 박씨에게 행운이었다. SPC는 논산 청년 농부들이 재배한 비타베리 품종을 베이커리 제품으로 만들기 위한 연구 개발에 돌입했고, 판로를 넓혀주기 위해 '비타베리 딸기 프레지에' 케이크 등 신제품을 파리바게뜨를 통해 내놨다. 논산 딸기 약 80톤도 수매했다. 박씨 등 초보 청년 농부들에겐 든든한 우군이 생긴 셈이다.

박씨는 "SPC 덕분에 비타베리 품종이 소비자들에게 알려졌고 청년 농부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기업과 농가의 상생과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우리 농가와 농산물 찾아 전국 팔도로... '행복상생' 프로젝트

SPC가 그동안 농산물 판매를 돕거나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는 등 상생을 이어온 전국 농가. SPC 제공

SPC가 그동안 농산물 판매를 돕거나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는 등 상생을 이어온 전국 농가. SPC 제공

SPC는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ESG 경영을 실천해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20년 9월부터 진행한 '행복상생 프로젝트'다. 코로나19로 예상치 못했던 수급 문제를 겪거나, 기상 상황과 작황에 따라 큰 어려움이 닥친 우리 농가를 돕기 위해 시작했다. 소비자에게 양질의 제품을 공급하고 우리 농가에는 전국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 등을 통해 안정된 판로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첫 시작은 코로나19로 급식 수요가 줄어든 데다 연이은 장마와 태풍으로 수해 피해까지 입은 강원 평창군 감자 농가와 제주 당근 농가였다. SPC는 평창 감자를 활용한 빵과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고, 이어 제주 농가가 재배하는 구좌 당근을 비롯해 양배추, 월동무 등을 대량 수매해 '구좌 당근 케이크' 등을 출시했다. 전남 무안군 양파 농가, 경북 영주시 풍기인삼 농가 등도 뒤를 이었다. 이렇게 개발한 제품은 전국 매장에서 판매했고 일부는 어려운 이웃과 의료진, 노인복지시설 등에 기부했다.

지난해 초에는 논산의 농가와 손을 잡았다. 당시 폭설과 한파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던 딸기는 물론이고 토마토, 샐러드용 채소 등을 1,000톤가량 수매해 다양한 베이커리와 샐러드 제품을 내놨다. 전국 파리바게뜨 매장에선 '논산 생딸기 케이크', 프리미엄 샐러드 브랜드 피그인더가든에선 '딸기 콥샐러드' 등이 출시됐다.

논산과의 인연은 올해까지 이어져 논산 청년 농부의 신품종 비타베리 재배를 지원하는 새로운 상생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농산물 수매와 판매를 넘어 품종 연구와 개발까지 돕게 된 것이다. 농산물을 원료로 한 제품을 개발해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농산물에 대한 꾸준한 소비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SPC 관계자는 "올해 ESG행복상생 프로젝트는 단순한 농산물 수매와 제품화를 넘어 농산물 신품종 확대, 청년 농부 육성 등 농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회사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로 저변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품부터 포장재까지 '친환경'으로

SPC 제품 포장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친환경 녹색인증 마크. SPC 제공

SPC 제품 포장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친환경 녹색인증 마크. SPC 제공

친환경 부문에서도 SPC의 ESG경영 활동은 두드러진다. SPC그룹의 포장재 생산 계열사 SPC팩은 메틸에틸케톤(MEK), 톨루엔 등 환경오염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도 색감의 선명도를 유지할 수 있는 친환경 포장재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 던킨 등에서 사용되는 전체 인쇄포장재 제품에 적용 중이다. 2020년 5월에는 식품포장재 업계 최초로 녹색전문기업 인증을 받기도 했다.

매장에서 다량 배출되는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파리바게뜨는 플라스틱 컵 재활용을 어렵게 만드는 잉크 로고를 없애는 대신 양각 로고를 새겨넣어 사용 중이다. 배스킨라빈스는 플라스틱 빨대가 필요 없는 친환경 테이크아웃 용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옥수수 전분 등을 활용해 생분해되는 친환경 핑크 스푼을 개발해 도입할 예정이다.

SPC는 제품 원료 단계에서도 환경보호를 염두에 두고 있다. 파리바게뜨의 경우 현재 매장 사용 원두의 68%가 '레인포레스트 얼라이언스(RA)' 인증을 받았고 내년까지 90% 이상을 RA 인증 원두로 바꿀 예정이다. RA는 친환경 농법을 실천하면서 노동환경, 노동자들의 주거환경까지 엄격하게 관리하는 농장에만 부여되는 인증 마크다.

또한 SPC는 지속 가능한 커피 산업을 위해 생산국과 소비국 간 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일에도 관심이 높다. SPC 관계자는 "매년 계열사에서 소비하는 커피의 96% 이상을 커피 농가로부터 직거래(다이렉트 트레이드)로 구매하고 있다"며 "가격이 좀 더 비싸더라도 산지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커피 농가가 처한 어려움에 공동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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