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억 횡령' 공무원, 리스크 큰 IT·바이오 주식 투자했다 손실

입력
2022.02.03 14:45
수정
2022.02.0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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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로 생긴 채무 탓 공금 손대
미수거래로 투자금 77억 대부분 손실
경찰, 단독 범행 결론 내고 검찰 송치

3일 오전 공금 11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강동구청 공무원 A씨가 서울 광진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공금 11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강동구청 공무원 A씨가 서울 광진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공금 115억 원을 횡령해 주식 투자 등에 사용한 혐의를 받는 서울 강동구청 공무원 A씨가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주식 투자 과정에서 진 빚을 해결하려고 공금에 손을 댔고, 횡령액 중 77억 원을 유용해 주식 미수거래 등 위험 투자를 했다가 대부분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3일 A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공문서 위조, 위조공문서 행사,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5개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 이날 오전 7시 36분 경찰서 앞에 모습을 드러낸 A씨는 취재진 질문 가운데 "공범이 있냐" "가족 중 횡령 사실 아는 사람이 있었냐"는 질문에만 "없다"고 답하고 나머지 물음엔 묵묵부답인 채로 호송차량에 탑승했다.

A씨는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세 차례에 걸쳐 강동구에 납입한 고덕강일지구 폐기물처리시설 건립기금 115억 원을 전액 횡령한 혐의로 지난달 26일 구속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주식 투자로 생긴 개인 채무를 갚은 뒤 주식으로 돈을 벌어 원상태로 메꿔놓으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횡령액 중 38억 원만 구청 계좌에 되돌려놓고 77억 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A씨는 보유 자산의 2.5배까지 외상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미수거래를 하다가 투자금 대부분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 일양약품을 포함해 바이오·정보기술(IT) 등 투자 리스크가 큰 국내 종목 수십 개에 횡령금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A씨가 유용한 공금 77억 원 대부분은 회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은 검찰 송치 이후에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이 가능한 자산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A씨의 자금 흐름을 추적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A씨가 횡령금을 금괴, 부동산 등으로 자산화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의 횡령 경위도 보다 자세히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상사가 건립기금 입금 상황 등을 묻자 의심을 피하려 SH 1차 입금분 38억 원을 구청 계좌에 되돌려놨다. 또 횡령 사실을 숨기기 위해 두 차례 부서를 옮기면서도 후임자에게 통장을 인계하지 않았고, 사업이 문제없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상급자 명의로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은 올해 초 직원 제보가 있기 전까지 2년 넘도록 A씨의 범행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A씨의 단독 범행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강동구청 관계자 7명과 SH 관계자 1명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공범이 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허위 공문서 결재도 인터넷주소(IP) 확인 결과 A씨 자리의 컴퓨터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횡령금 유용 과정에서 가족 명의의 증권계좌로 거래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경찰은 이런 차명거래가 범행 이전부터 이뤄져 공모 정황은 아니라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광현 기자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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