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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라인' 바짝 다가선 北...다음 차례는 '미니 ICBM' 발사?

입력
2022.02.03 00: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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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한반도 정세 악화는 미국 책임"
제재 풀지 않는 한 도발 지속 의지

북한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화성-12형' 발사 장면.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화성-12형' 발사 장면.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레드라인(금지선)’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달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까지 쏘아 올리며 ‘모라토리엄(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 파기를 향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고 있다. 화성-12형보다 사거리를 늘린 ‘미니 ICBM’ 발사가 다음 차례로 거론된다.

"추가 제재, ICBM 발사 명분 제공"

북한의 무력시위는 IRBM 발사로 사실상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IRBM은 사거리 5,500㎞ 이상인 ICBM에 비해 한 단계 낮은 무기체계로, 레드라인에 해당하는 ICBM을 발사하기 전 ‘사전탐색’ 용도로 활용돼 왔다. 실제 북한은 2017년 4~9월 총 6차례에 걸쳐 화성-12형을 시험발사한 뒤, 그해 7월과 11월 각각 ICBM급 ‘화성-14형’과 ‘화성-15형’을 쐈다. 합동참모본부가 탐지한 이번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800㎞, 고도는 약 2,000㎞. 사거리를 줄이려 ‘고각(高角) 발사’한 만큼 정상 각도라면 최대 3,500~4,000㎞를 비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영토인 괌도 사정권이라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옥죄려는 목적이 분명하다.

여러 전례와 최근 정황을 고려할 때 ICBM 발사는 확률 높은 도발 카드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앞서 21일 국회에 나와 “동창리 발사장에서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ICBM을 발사할 수 있다”고 확인했다. 당장 화성-14ㆍ15형급은 아니더라도 화성-12형과 비교해 비행거리가 대폭 향상된 콤팩트한 형태의 ICBM을 시험발사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사거리는 길지만 화성-15형보다 크기도 작고 기동력도 우수해 미국에 보내는 압박 메시지로 안성맞춤이다.

명분도 있다. 미국은 북한의 IRBM 발사와 관련해 3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한 상태다. 추가 제재가 단행될 경우 ‘맞대응’격 선택지로 ICBM을 쏠 수 있다. 북한 외무성은 2일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조선반도(한반도) 정세가 긴장 격화의 소용돌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제재를 풀지 않는 한 군사적 도발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대북 추가 제재가 현실화하면 북한은 먼저 미 본토 서부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4형’을 쏜 뒤 미국의 반응을 봐가며 동부 백악관까지 닿는 ‘화성-15형’ 발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6일 최고인민회의 주목... 한미일 '공조' 가속

최종건(왼쪽) 외교부 1차관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워싱턴DC=연합뉴스

최종건(왼쪽) 외교부 1차관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워싱턴DC=연합뉴스

일단 6일 예정된 북한 최고인민회의를 주목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종종 대외 메시지를 내놓은 만큼 대미정책 방향성을 좀 더 명확히 할 수 있다. 강경 입장이 재확인될 경우 16일 김정일 생일(광명성절)이나 4월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이 유력 도발 시점이다.

한미일도 ‘3각 공조’ 속도를 부쩍 올리고 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2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유선협의를 하고 북측에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북한의 IRBM 발사는 규탄 대상이지만, 정부는 미국처럼 외교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태도를 거두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식 도발은 북한에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며 “대화와 외교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기존 명제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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