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층 잡고 이미지 형성 결정적… 후보들 TV 토론에 사활

입력
2022.02.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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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지지층 표심엔 영향 적지만
20% 육박 부동층 평가가 관건
발언·태도에 따라 비호감 사기도

‘2021 코라시아 포럼’이 지난해 11월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본행사에 앞서 간담회에 참석한 각당 대선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윤석열 국민의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홍인기 기자

‘2021 코라시아 포럼’이 지난해 11월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본행사에 앞서 간담회에 참석한 각당 대선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윤석열 국민의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홍인기 기자

여야 대선후보들이 3일 첫 4자 TV토론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대통령 자질을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평가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특히 박빙 구도로 진행 중인 이번 대선에서는 상대 후보 지지층까지는 아니어도 부동층 표심을 움직이게 할 절호의 기회로 꼽힌다. '미디어 선거'로 인해 후보들의 수많은 공약과 발언보다 TV토론에서 형성된 이미지가 최종 선택에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2017년 한국정치학회의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 효과 분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19대 대선에서 TV토론을 시청한 유권자 가운데 지지 후보에 변화가 없었던 비율은 69.7%였다.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자의 95.5%, 홍준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후보 지지자의 94.0%가 기존 지지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대선을 앞두고 결집된 상대 후보의 표를 TV토론으로 뺏어오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TV토론회는 부동층이나 중도층에는 유의미한 정치 이벤트인 셈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역대 대선을 보면 TV토론이 열리는 시점에 이미 판세가 어느 정도 정해진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 지지율 1, 2위 후보가 오차범위 내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며 "부동층 표심이 그 어느 때보다 결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29일 서던포스트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지지 후보가 없다" 또는 "모르겠다"는 응답자는 20.3%에 달했다. 배 소장은 "부동층에서도 핵심 집단은 30~50대 여성"이라며 "이들 가운데 절반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면 전체 지지율이 10% 정도 오르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에 무관심한 유권자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효과도 있다. 한국정치학회 보고서에서 TV토론 시청 뒤 "선거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는 응답이 74.6%였고, "토론회 시청 후 주변사람들과 대선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는 86.2%였다. 이번 대선의 양강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높은 비호감도를 감안하면, 관망층이 유입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TV토론회는 시간 제약으로 구체적인 공약보다 후보들의 발언과 태도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2017년 대선 TV토론에선 문재인 후보는 토론 능력보다 온화한 이미지가 유권자의 호감을 샀다. 당시 홍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한 자신의 발언을 반박하는 문 후보에게 "버릇이 없다"고 지적했는데, 홍 후보보다 나이가 많은 문 후보가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한 덕분이었다.

독이 된 경우도 많았다. 2017년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MB 아바타' 발언으로 지지율이 내리막을 걸었고 이후에도 '토론에 약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이어졌다. 2012년 18대 대선에선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라고 공격했다가 '네거티브 정치인'이라는 오명을 썼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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