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단독] 정영학 녹취록 추가 입수해 김만배의 ‘윤석열 카드’ 발언 맥락 봤더니…

입력
2022.02.03 04:30
9면
구독

"윤석열, 형이 가지고 있는 카드면 죽어" 발언
2020년 10월 26일 정영학 대화 녹취록 등장
'카드' 발언 주목 불구… 구체적 내용은 안 나와
"밝히지 않은 뭔가 있을 것" vs "과장이나 허풍"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가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가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6)씨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약점을 알고 있는 듯한 발언이 등장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연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일보는 2019년 12월 23일부터 2020년 7월 27일 사이에 10차례 이뤄진 '김만배·정영학 녹취록'을 단독 입수해 보도한 데 이어, 문제의 발언이 포함된 '2020년 10월 26일 녹취록'을 추가 입수해 해당 발언 실체와 전후 맥락을 뜯어봤다.


김만배 "윤석열, 형이 가지고 있는 카드면 죽어"

2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2020년 10월 26일 김만배·정영학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두 사람 대화에서 윤석열 후보가 언급되는 부분이 나온다. 정영학(54) 회계사가 "참, 정신이 없으시지 않으셨나요? 윤석열 특검부터 해갖고. 특검이 아니라, 그 국감"이라고 윤 후보를 입에 올렸다. 김만배씨는 이에 "윤석열이는 형(김만배)이 가지고 있는 카드면 죽어. 지금은 아니지만. 근데 형은 그 계통에 안 나서려고 그래. 무슨 말인지 알지?"라고 말하자, 정 회계사는 "예"라고 답했다.

정 회계사가 언급한 '국감'은 녹취 시점(2020년 10월 26일) 나흘 전에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당시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대립하던 상황이었고, 국감장에서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등 강성 발언으로 이목을 끌었다.

정 회계사가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을 오래 했던 김씨에게 국감 이슈를 화제 삼아 윤 후보에 대해 물어보자, 김씨가 마치 윤 후보 약점을 알고 있다는 식으로 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만배·정영학 녹취록 중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관련 대화. 송정근 기자

김만배·정영학 녹취록 중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관련 대화. 송정근 기자


발언 앞뒤로 '카드' 내용 유추할 단서 안 나와

하지만 해당 대화의 앞뒤에는 김씨가 언급한 '카드'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윤 후보를 언급한 대화 앞 부분에선 정 회계사가 김씨에게 대장동 개발사업에 몸담았다가 빠져나간 뒤 대장동 사업 수익을 뜯어내려고 협박하는 정재창(54)씨에게 150억 원을 줘야 한다고 말하는 내용이 나온다. 김씨가 "그런데 정재창(은) 얼마 받으면 돼?"라고 묻자, 정 회계사는 "세전 한 150개(억)"라고 답한 뒤, 정씨에게 건넬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 논의했다. 이 대화를 마무리한 뒤 정 회계사가 윤 후보 얘기를 꺼낸 것이다.

윤 후보를 잠시 언급한 뒤 김씨와 정 회계사는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천화동인 1호로 배당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안 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정 회계사는 "(성남의)뜰에서 배당을 받으면요"라고 하자, 김씨는 "응"이라고 답했다. 정 회계사가 이어 "50% 이상을 배당하면 거기는(천화동인 1호) 세금이 없어요. 형님(김만배)은 구조가 좋아요"라고 말했다.

실체 있는 발언인지 과장인지 파악 안 돼

김씨의 윤 후보 관련 발언이 알려지면서 정치권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김씨와 윤 후보 관계를 의심하는 쪽에선 '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 누나는 2019년 4월 윤 후보 아버지 소유의 서울 연희동 단독주택을 사들였다. 김씨가 차기 검찰총장으로 거론되던 윤 후보를 염두에 두고 거래가 잘 되지 않는 집을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윤 후보 측은 우연이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대검 중앙수사부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브로커 조모씨를 조사하고 계좌 추적까지 했는데도 수사하지 않은 점을 김만배씨 발언과 연결해 해석하기도 한다. 당시 중수부 2과장이던 윤 후보는 주임검사였고, 윤 후보와 가까운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조씨 변호를 맡으면서 조씨에게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씨 발언이 과장됐거나 실체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씨 측은 지난해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뒤 일관되게 녹취록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씨 변호인 측은 "녹취록 발언 대부분이 과장돼 있고 사실과 다른 허위 내용"이라고 밝혀왔다. 정 회계사가 녹취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허위 사실을 말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비슷한 반박을 내놨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김씨의 윤 후보 관련 발언에 대해 "김씨가 대장동 게이트 공범들과 작당 모의를 하면서 엄정한 수사를 두려워하는 공범들에게 거짓 허풍을 떤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상무 기자
김영훈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