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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제사 중단한 시어머니를 위해 감사의 한 상 차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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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2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음력설'을 지낸다. 그중 중국과 한국,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서 음력설은 한 해를 시작하는 가장 큰 명절로 꼽힌다. 이러한 대규모 행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3년째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다음 달 1일 음력설에는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해 각 국가들은 문을 더 꽁꽁 걸어 잠그고 가족 상봉조차 막고 있다. 사적 모임의 인원 수에 제한을 두는가 하면 지역 간 이동에도 격리가 이뤄지기도 하고, 공동 구역 내 방문자에 대해 감시체계를 강화하는 나라도 있다.
하지만 희망을 꺾을 순 없는 법. 오미크론이라는 불청객까지 우리를 괴롭히고 있지만 그 속에서 특별한 가족애가 쌓이기도 한다. 또 호랑이 해의 기운을 얻기 위해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사람들도 있다.
'워킹맘' 서모(43)씨는 올해 음력설이 특별하다. 지난 12년 동안 매번 명절 때마다 시댁에서 차례를 지내왔는데 이번 설부터 제사상에서 벗어났다. 사려 깊은 시어머니 덕분이다.
2020년 초 본격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서씨의 시어머니는 폭탄 선언을 하셨다고 한다. "이제부터 제사는 내 세대에서 끊고, 며느리들에게 제사상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시어머니의 '깜짝' 발표는 온전히 손주들을 위한 것이었다. 시골로 내려오는 어린 손주들의 건강 염려돼 내린 결정이었다. 앞으로 시부모님은 설 연휴에 두 아들이 있는 서울로 올라오시기로 했다.
그래서 서씨는 작년 설에 마지막 차례를 지냈다. 마음이 편할 줄 알았는데 10년 이상 지내온 제사를 단 번에 그만두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차례상을 차려온 시어머니의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40여 년을 당신의 시어머니를 모시며 제사까지 챙겼던 시어머니는 장손 며느리였다. 차례를 지내는 게 고된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아셨을 시어머니는, 며느리들이 차례 음식을 만들고 차릴 때마다 "고생한다"며 다독여주셨다고 한다. 서씨는 늘 며느리들을 살갑게 대해주시던 시어머니 덕분에 제사를 챙기는 일이 남들보단 스트레스가 적은 편이었다.
그러니 뜻밖의 '제사 중단 선언'은 의아했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1년에 10여 회 제사를 지내는 확고한 분이셨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은 그의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집안의 관례보다 가족의 건강, 행복이 더 중요했다. 시어머니는 "코로나 덕분에 나에게도 휴식을 주는 거다. 조상님들도 그만큼 했으면 이해해 주실 게야"라고 말씀하셨다고.
서씨는 코로나19가 집안의 전통까지 변화시켰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번 음력설에는 시어머니를 위한 한 상 차림을 준비했다. 서씨는 "시어머니의 깜짝 선언이 너무 감사했지만, 한편으론 그동안 당신도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며 그간 고생하신 시어머니께 역시 '깜짝' 상차림을 선사할 계획이다.
"아파트 경비실에서 모임 제한을 철저하게 관리하더군요."
주부 양모(41)씨는 이번 구정에도 시댁에 가지 않기로 했다. 대신 직접 만든 제사 음식만 택배를 통해 보낼 예정이다. 코로나19 이후 사적 모임이 최대 6인으로 제한된 이유도 있지만, 시댁 아파트 관리소의 철저한 방역대응 때문이다.
양씨의 시댁 제사는 대가족이 모여 규모가 큰 편이다. 양씨 남편의 형제뿐만 아니라 시아버지의 형제들과 그들의 아들 부부까지 참석해 북적북적하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가족 모임 수가 제한돼 아들들만 참석하고 있다. 며느리들과 아이들은 2년째 모이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시댁 아파트 관리실의 대응도 한몫했다. 재작년 설에 시댁의 아파트 호수를 대고 들어온 차가 네 대나 된다며 관리실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그러면서 너무 많이 모인 것 같다며 빨리 해산하라는 당부였다. 양씨는 그해 추석 때부터 시댁 제사 때 가지 않고 있다. 가족들이 제사 음식만 나눠서 챙기기로 했다.
그런데 이 같은 풍경이 싱가포르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 오미크론 확산 등에 따라 사적 모임을 최대 5명으로 제한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대규모 이동을 우려해 내린 방침이다.
더 나아가 정부는 각 지역의 아파트 관리소에 공동 구역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즉 아파트 거주자뿐만 아니라 방문자를 직접 관리해 통제하겠다는 의미다.
최근 싱가포르 국영방송 CNA에 따르면 싱가포르 건설청(Building and Construction Authority, BCA)은 각 지역 아파트 관리소에 공문을 보내 코로나19 안전 관리 조치가 준수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다. 각 가구마다 하루에 최대 5명의 방문객만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관리소에서 모든 방문자의 세부 사항을 기록해야 한다는 지침도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역 아파트에는 주민들이 코로나19 안전 수칙을 지킬 수 있도록 안내문이 부착될 예정이다. 아파트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방문 기록을 남겨야 하고, 거주자들도 하루 방문객 수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중국의 최대 명절인 음력설, 춘절. 지난주 광시성으로 가는 귀성열차에 오른 한 여성이 고향에 도착하기도 전에 내리고 말았다. 고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1주일 동안 호텔에 격리될 뿐만 아니라 또 자택에서 1주일간 격리 조치될 거라는 보도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호텔 격리 비용 2,100위안(약 40만 원)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다. 결국 이 여성은 기차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선전행 기차표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중국은 현재 설 연휴와 함께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엄격한 방역조치를 밀어붙이고 있다. 심지어 버스나 기차, 혹은 항공편을 이용할 때 검문소를 통과하기 위해 필요한 '녹색 건강 코드'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각 지역에 따라 장기간 격리 조치를 내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중국 교통부는 올해 춘절 기간에 여행 건수가 11억8,000만 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건수지만 팬데믹 전인 2019년에 30억 건이었던 걸 감안하면 훨씬 적은 수치다.
중국인들은 3년 연속 가족 상봉을 막는 현실에 좌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오미크론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방역조치를 띄우며 '귀성길 전쟁'을 선포한 상황이다. 지구상에서 연간 가장 큰 대규모 이동으로 알려진 '춘절 대이동' 러시를 틀어막은 셈이다.
어쩌다 귀성길에 올라 고향에 도착하더라도 가족을 만날 수 없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주 허난성의 한 관리는 "중위험 또는 고위험 지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은 검역된 후 구금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난이 일자 그는 "악의적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만 언급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검역과 구금으로 사람들을 위협하는 등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중국 각 지역에선 자체적으로 14일 격리, 7일 자가격리 등으로 대응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베이징은 더 엄격하다. 감염 사례가 1건이라도 발생한 지역에 갔다가 들어오려는 사람은 아예 한 발자국도 들이지 못하게 했다.
중국의 이러한 강력한 방역조치는 정치적 압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CNN은 "현지의 엄격한 제한 조치가 실패할 경우 가혹한 처벌의 위협을 받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날개 달린 황금 호랑이를 본 적 있나요?"
베트남 하노이의 조각상 장인 부 동씨는 음력설 '테트(Tet)'를 맞아 오랜만에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3년째 이어진 코로나19로 베트남은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져 활력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올해 호랑이 해를 맞아 기운을 돋우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도금된 호랑이 조각상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베트남에서 테트는 일 년 중 가장 큰 축제다. 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는 뜻깊은 기간이기도 하다. 고급 기념품 가게에서 300~3,000달러에 달하는 값비싼 호랑이 모형도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
하노이의 한 건축가는 자신의 집에 장식하기 위해 날개 달린 호랑이 모형을 구입했다. 그는 "도금된 호랑이는 나에게 더 높은 계층에 속한 듯한 느낌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호랑이 해에는 권력과 번영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이를 반영해 독수리 날개를 단 호랑이를 만든 부 동씨는 "제 디자인 속 호랑이는 맹렬함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고 정복하려는 힘도 보여준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특히 값비싼 황금 호랑이 조각상을 소유한 사람은 사회에서 상류층이고 경제적으로 성공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고.
반짝이는 도금 조각상을 만드는 데는 세밀한 작업이 필요하다. 점토로 기본 틀을 만들어 칠하고 광을 내야 한다. 그 이후 금속을 붙이는 것이다. 팬데믹 동안 가라앉은 사회 분위기를 활기 있게 띄우려는 작업이기도 하다.
사실 베트남의 설날은 우울하다. 지난해 설 연휴 동안 전국적으로 3만 개 이상의 기업들이 경기 침체로 직원들에게 5%나 감소된 보너스를 내밀었다고 한다. 올해는 더 심한 상황. 몇몇 기업들은 구정 보너스는 고사하고 폐업 위기로 연휴가 끝나면 회사를 떠나려는 직원들을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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