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성희롱 신고에 "너 미쳤냐"며 입막음… 군검찰, 뒤늦게 수사

입력
2022.01.28 12:00
수정
2022.01.2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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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깃발. 연합뉴스

국방부 깃발. 연합뉴스

해병대 영관급 장교가 성희롱 피해를 신고하려는 부대원에게 폭언을 하며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군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28일 국방부에 따르면, 국방부 검찰단은 해병대 소속 A중령과 B소령의 성폭력 2차 가해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이들은 2018년 5월 같은 부대의 C중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신고한 여군 D씨를 위협하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D씨는 지난해 6월 국방부 성폭력 특별 신고 기간에 A중령과 B소령 등의 2차 가해 정황을 신고했다.

D씨는 2017년 7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C중사로부터 수차례 성희롱을 당했다. 둘만 있는 사무실에서 바지를 걷어 올려 속옷을 보여주는가 하면, 외박을 다녀온 D씨에게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잤는지 보고하라"고 했다. D씨는 2018년 3월 부대 주임원사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부대 지휘부는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 C중사는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았고, D씨는 음식물쓰레기장 옆 간이 휴게실로 이전 배치됐다.

D씨가 대대장이던 A중령에게 정식 신고를 했으나, A중령은 가해자·피해자 분리 조치나 상급 부대 보고 절차는 무시한 채 자체 조사를 진행한 뒤 회유에 나섰다는 게 D씨 주장이다. D씨가 사단 성고충상담관에게 성희롱 피해를 신고하자, A중령은 전화를 걸어 "너 미쳤어?"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고 D씨는 주장했다. 부대 작전장교인 B소령 역시 오히려 D씨가 성고충상담관을 만난 것 등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C중사는 성폭력 사실이 인정돼 징계를 받고 해임됐지만, 2차 가해자들은 무사했다. D씨가 추가 신고에 나선 이유다. D씨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 지난해 11월 전역했다.

해군 검찰단은 A중령과 B소령 외 다른 2차 가해자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국방부는 "수사 결과에 따라 가해자를 엄정 조치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 교육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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