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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침공 내가 막는다... 총을 든 우크라이나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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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총을 들고 표적을 응시하는 중년 여성의 눈빛이 매섭다. 귀 밑머리 하얀 초로의 남성들은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교관의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25일 우크라이나 리비프 외곽에서 진행된 군사훈련에는 필수 산업 및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참가했다. 러시아의 침공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민·관·군의 합동 대비 조치가 발동된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정규군과 예비군은 물론, 평생 총 한번 들어 본 적 없는 시민들까지 조국을 지키려는 이들이 속속 전선으로 합류하고 있다. 특히 일정 기간 군사훈련을 받고 임무에 투입되는 의용군의 증원이 두드러진다. 지난 2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에프의 한 공원에선 눈발이 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전투 대형을 펼친 의용군들이 가상의 적진을 향해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우크라이나의 의용군은 영토방어군(TDF)의 일원이다. 공식적으로 군사 동맹이 없는 우크라이나는 10만 병력으로 국경 대부분을 포위한 러시아군을 국경에서 방어하는 게 급선무다. 그러나, 정규군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의용군의 보충은 절실하다. 수 년 전 1만 명의 예비군으로 구성된 의용군은 전쟁 위기가 고조된 최근 2개월간 신규 모집에 박차를 가하면서 수천 명이 증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용군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충분치 않다. 때문에 자비로 무기를 구입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기본적인 소총 외에 소음기나 망원조준경과 같은 부속 장비, 방탄모, 그리고 눈 위장복 등 피복까지도 개인이 구입해 조달하고 있다. 심지어는 사설 군사훈련 캠프에서 보름짜리 저격 수업을 받기도 한다. 이렇게 결성된 의용군들은 기존 정규군, 예비군과 함께 TDF에 소속돼 국경 및 수도 외곽 방어 임무를 담당한다.
최근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이 자국 대사관 인력의 철수를 결정하면서 전쟁 발발의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하다. 구소련 시절 이와 비슷한 위기 상황을 경험해 온 탓이다. 수도 키예프의 상점과 바, 레스토랑, 은행 등이 정상 영업 중이고 주요 교통 허브에서도 피란 행렬은 보이지 않는다. 의용군을 비롯해 민·관·군의 조국 수호 의지가 이처럼 평온한 분위기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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