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서 "장기기증 희망" 서약한 부부... 깜짝 놀란 하객들

입력
2022.01.27 15:37
수정
2022.01.27 17: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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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희·김덕경 부부
"제2의 인생 시작, 뜻 깊은 일 하고 싶어"
혼수 아껴 1,000만원 기부
김씨 언니 부부는 2016년 먼저

15일 치른 결혼식에서 장기기증 희망등록 서약을 한 김덕경씨 부부(오른쪽)와 2016년 결혼식에서 먼저 장기기증 희망등록 서약을 한 김보경씨 부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15일 치른 결혼식에서 장기기증 희망등록 서약을 한 김덕경씨 부부(오른쪽)와 2016년 결혼식에서 먼저 장기기증 희망등록 서약을 한 김보경씨 부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장기기증은 장기부전 환자들의 마지막 생명줄입니다."

임동희(40), 김덕경(39)씨는 지난 15일 이렇게 말하며 장기기증 희망등록 서약을 했다. 장소는 두 사람이 부부의 연을 맺는 경남 창원의 한 결혼식장이었다. 예식에서 느닷없이 장기기증 서약이라니. 하객들은 깜짝 놀라 웅성거렸다고 한다. 김씨는 27일 "새로 시작하는 제2의 인생의 순간에 뜻깊은 일을 하고 싶어 식순에 장기기증 희망 등록 서약을 넣었다"며 "우리 부부의 작은 나눔이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두 사람이 사랑의 결실을 보고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순간, 그들의 나눔으로 만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가정엔 희망이 생겼다. 부부는 이날 장기기증 서약과 함께 1,000만 원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전달했다. 김씨는 "혼수를 아껴 마련한 돈"이라며 "생명을 살리는 일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들에게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먼저 일깨워 준 건 김씨 언니 부부였다. 김보경(40)씨는 2016년 결혼식에서 장기기증 희망등록 서약과 함께 1,000만 원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기부했다. 김보경씨 부부가 전달한 기부금은 혈액투석 환자를 위한 시설인 제주 라파의 집에 전달돼 혈액 투석기 교체에 쓰였다. 김보경씨는 "항상 나누며 살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고 자랐고, 동생 부부가 동참해줘 뿌듯하다"며 웃었다. 김 자매의 아버지인 김찬모(69)씨는 2015년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한 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비롯해 경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을 후원하고 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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