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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자 공약, 이게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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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유권자는 가히 이남자(20대 남성)다. 언론 기사부터 후보들 각종 전략까지 으뜸 주제는 이남자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남자를 선거판의 주연으로 적극 캐스팅한 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의 상승세 원인을 이남자에서 찾기로 생각을 굳힌 모습이다. 개연성 차원에선 틀린 얘기가 아니다. 당 후보로 선출된 뒤 컨벤션 효과로 치솟던 지지율이 꺼지기 시작한 건 이남자를 대변한다는 이준석 대표와 갈등이 시작되면서다. 높은 정권교체 민심에 호소하며 강성 발언을 내봐도, 새해 첫날 국민을 향해 큰 절을 해봐도 허사였다. 지지율 반등은 이 대표와 극적인 화해 제스처를 한 뒤 이뤄졌다. 상황과 시기가 맞아떨어지니 윤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린 건 이남자라는 인식이 각인되기 시작했다. 사사건건 윤 후보와 부딪친 이 대표를 향한 당 불만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렇게 이남자는 보수의 히어로가 됐다. 국민의힘은 이남자가 부모세대이자 상대적으로 정치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50대 표심을 소구할 수 있다는 ‘세대포위론’을 설파했다. 이들이 가장 보수적이라는 ‘60대 이상’보다도 보수적인 성향으로 드러났다는 중앙일보의 정책 이념 조사 결과가 단번에 이슈가 될 정도로 하나의 현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남자를 전면에 내세운 게 섣부르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들이 정말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는 걸까. 이 대표와 화해 이후 상승한 윤 후보 지지율을 볼 때 이남자의 지분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일부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건 연초부터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전략에 화나 있던 보수층이 결집했을 거란 얘기다. 윤 후보도 ‘힘을 통한 평화 구축’ 등 초강경 외교ㆍ안보 전략으로 호응하고 있다. 이런 추론은 안철수 후보와의 지지율 함수 관계로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대북 이슈가 부각되면 중도층의 입지는 줄어든다는 게 선거의 통념이다.
두 번째는 이남자 정착지에 대한 오해다. 보수는 지지율 추이를 근거로 이들이 윤 후보에게 정착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넓게 보아 이남자의 특성을 정확히 간파한 것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이남자가 이 대표와 보조를 맞춘 것인지, 보수색 짙은 외교안보 전략에 공감한 건지,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 페이스북 글귀에 열광한 건지 단언할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불과 한 달 새 출렁인 표심으로 미뤄 볼 때 ‘변동성’이 이남자 표심의 특징이란 것이다.
세대적 특성에 대한 면밀한 진단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선거에서 이남자는 그저 득표 전략 대상으로만 치부될 것이다. 페이스북에 이들을 겨냥한 한 줄 공약(여성가족부 폐지ㆍ병사 월급 200만원)을 던지는 모습이 단적인 예다. 이남자의 분노를 자극해 효과를 볼 순 있겠지만 명분과 설득이 없는 던지기식 세대 공략 공약은 더 큰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뿐이다. 대통령 후보들이 할 일은 아니다.
이남자가 사회적으로 부각된 건 그들이 ‘역차별’과 ‘불공정’을 주장하면서다. 대통령 후보라면 이들 주장의 근원이 뭔지, 오해인지 실재인지, 아니면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사회ㆍ문화적 폐해의 발로인지를 진단한 뒤 청년층 모두를 아우르는 비전과 정책으로 대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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